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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Jun 21. 2020

변변치 못한

자식 노릇




  동안 겨우겨우 회복을 시켜 야적장의 경비견 소임을 하기 위해 돌려보내진 진돌이가 다시 병이 도졌다. 허리께서부터 털이 빠져서 속살이 보일 지경인데 수의사 말로는 신장이  좋다고 했었다. MRI 찍고  처방을 받는 데에 거금 500불이 들었다. 사람은 보험으로 처리가 되어 의료비가 쌌는지 어쩐지 모르고 지나가지만, 강아지 아픈데 거금이 드니 속이 상하다. 다른  마리의 경비견인 극성쟁이 지니는 밖으로 뛰어나갔다가 다리를 다쳐 들어왔는데, 엑스레이를 찍고 다리에 부목을 대는데 425불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진돗개를 가정집에서 키우기 힘이 든다. 길에 지나다니는 모든 이들을 참견하느라 종일 짖어대고, 야생 성향이 있어서 작은 공간은 아주 답답해한다. 틈만 나면 나가서 옆집의 텃밭을 망가트리고 남의  조그만 애완견을 물어서 이웃집과 개로 인해 충돌이 생기는 수가 많다. 지니도 그런 연유로 한국인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우리가 입양하였다. 아예 야적장에 풀어두고 경비를 서게 하였더니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만난  역할을 잘하고 있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 한다는 남편의 지론에 따라 집안에 안 들이고 회사의 야적장에서만 키우니 편하긴 하지만 정은  들었나 보다.  치료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마리의 하얀색 진돗개가 처음엔 아주 품위가 있었는데, 야적장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시멘트나 콘크리트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회색이 되었다. 가끔은 색소 통을 발로 밟아 뒤집어쓰기도 해서 오렌지색이나 그린색의 보기 드문 털색을 갖게 되는 수가 있다. 진돌이가 아프다기에  가보던 야적장에   들러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는데, 우리 힘으로 고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털이  빠져 핑크색 속살이 보이는 데다 먹이도  먹지 않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 15살이니 노환과 겹쳤다고 한다. 동물 쉘터에 갖다 주면 된다지만 아무리 동물이어도 죽음을 재촉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가까이 있는 개는 아프다면 병원에 데리고 가고 쓰다듬어도 주건만, 태평양 멀리 계신 어머니는 암수술을 받고 누워계셔도  가보고 있다. 10월에 모교에서 행사가 있어 그때 나갈 요량을 하고 있기에 어머니도 뵙고 일도 보고 겸사겸사  심산으로 있다. 어머니도  나은  나올  없다 펄쩍 뛰시니  마음이 편한 대로 곧이듣기로 하였다. 전화할 때마다 일없다 간병인도 필요 없다 하시더니 재입원을  차례나 하셨다. 암수술  키모 후유증으로 당뇨 쇼크로 저혈압으로 병원을 드나드시는데 대책 없이 걱정만 하고 있다. 나 또한 수술을 앞두고 이리저리 검사를 다니는 중이어서 위안은커녕 아픈 노모에게 심려를 끼치고 있다.   건강하게 챙기고 사는 것도 효도가 아닐까 싶다. 

멀리 떨어져 사는 것으로 이미 불효를 하고 있는 나는, 자주 건강치 못하고 때때로 사업이 수월치 않아 부모님께  근심만 끼치고 살았다. 이제 조금 안정기에 접어드니 아버지는 소천하시고 어머니도 병이 깊으시다. 시아버지의 기일이어서 잠깐 한국에 다녀온 남편이 어머니를 뵙고 왔다지만, 사위보단 딸이 보고 싶으시리라. 해마다 방학이면 오시던 어머니가  오시니,  여름 많은 손님이 다녀가고 북적 대었어도 허전하기만 하다. 

자식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가 아프다는  나는  계획대로 크루즈도 다녀왔다.  아들이 아프다면 감히 여행을   있었을까?   다하고 이제 와서 고작  편리대로 가서 잠시 엄마를 뵙는  자식 노릇이라 하고 있으니 내가 바로 ‘잘못 키운 자식인가 싶다. 블로그 친구 명희님이 편찮으신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집도 이사하고 애쓰는 것을 보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하루가 천년같이 길기만 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요즘이다. 10월까지 어머니가 기다려 주시겠지 간절한 소원을 빌어본다.             

2008 8 23/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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