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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21. 2021

신문을 보면

떡이 생긴다

신문을 보면 떡이 생긴다?


                                                                                           이정아:수필가


  


 부동산 중개인인 S선생이 전화를 했다. 회사에서 워크숍을 하는 데, 에이전트마다 한 명씩 기억에 남는 손님을 소개하는 과제가 있단다. 자신은 내 남편의 이름을 쓰고 사례발표를 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란다. 그 부동산 회사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감성 영업’을 하나보다. ‘손님의 오감을 만족시켜라’ ‘손님을 가족처럼’등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손님과의 친밀도, 소통을 통해 매매를 성사시키는 것이 ‘감성 세일즈’라고 들었다.


 무슨 발표를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던 차에 워크숍을 무사히 마쳤다며 송 선생 내외가 인사차 방문했다. 아내 되시는 분은 신문을 통해 내 글을 열심히 읽는 독자라며 우리 집에 간다기에 따라오셨다고 한다. 맛있는 선물을 사들고 오신 그분들로부터 워크숍에서 발표했다는 내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남편은 송 선생을 통해 조그마한 상업용 부동산을 구입했다. 처음 건물을 보러 가는 날 “ 바로 이겁니다. 제가 찾던 것이.” 하더란다. 보통은 마음에 들어도 값을 깎을 요량으로 단점을 찾아내려 애쓰는데, 우리 남편은 능력에 맞는 조그만 주상복합을 원했다며 바로 이거라고 해서 뜻밖이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어 더 비싸게 오퍼를 넣은 사람이 있어도 내 남편에게 팔고 싶었다나? 너무도 싱거운 이유여서 실망했다. 남편도 좋은 걸 좋다고 했을 뿐인데 그런 게 무슨 사례발표 감이 되느냐고 묻는다.


 과장 없고 정직한 것, 꾸밈없는 것,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요즘은 귀하단다. 정상적인 것이 오히려 비정상인 시대가 되었다며, 자기가 만난 가장 순수한 고객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거래를 위해 몇 번을 만나 이야기해보니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며 남편분이 착해서 좋겠다고 내게 부럽다고 한다.


  나는 남편이 융통성이 없어서 싫다고 늘 되뇌던 사람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남들의 말이 듣기 싫었다. 법을 만들어 지켜 주어야 할 사람이라며 오히려 놀렸다. 잔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편할 것을 꼼수가 꽝이어서 큰돈 못 번다고 구박했다. 크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약간의 사기성도 있어야 하고 뻥도 쳐야 한다며, 당신은 늘 2%가 부족해서 탈이라고 은근히 나쁜 길로 갈 것을 부추기기도 했었다. 그러던 요즘, 잘 나간다고 부러워하던 어떤 분이 연방 수사국의 수사로 은행계좌가 동결되어, 변호사를 사고 그 수습으로 고초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의 불행을 보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큰돈 부러워하던 내가 속물인 것을.


 남편은 한국 신문의 애독자이기도 하고 특히 목요일의 부동산 섹션은 구석구석 정말 열심히 본다. 이번의 부동산도 거기서 발견하고 좋은 중개인도 신문을 통해 만났다. 못 믿을 이 많은 세상이어도 정직하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면 주위에 돕는 손길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런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를 종종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겠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9월 20일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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