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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21. 2022

연못 보여주고

얻은 공짜 와인

이정아


언덕 위쪽에 지난 4월 이사 온 가족이 있다. 집들이한다고 초청장을 보냈는데 B.Y.O.B 였다. 마침 온라인 금요기도회 시간과도 겹쳐 가지 않았다. 치즈와 칩, 샐러리나 당근 썰어놓고 내가 마실 건 들고 가야 하는 이곳 집들이. ‘Bring your own bottle’ 배고픈 파티^^


예전엔 하우스 워밍 파티라고 하면 잘 모르고, 크리스털 컵도 선물로 사가고 과일도 박스로 사갔는데 집에 돌아올 땐 선물을 도로 가지고 오고 싶을 만큼 억울했다. 한국처럼 상다리 휘게 음식을 하는 집들이로 알면 오해다. 세탁용 세제나 잘 풀리는 화장지 같은 것도 주고받지 않는다.


우리 집 현관에 볼품없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동네길을 지나는 꼬마들,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 mailman, upsman 등은 잠깐 숨을 돌리는 지점이다. 그 앞의 의자에 앉아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부레옥잠과 수련을 보고 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힐링 스팟이다. 이때 찬 생수병을 주면 택배기사들은 무척 고마워한다.


지난주에 새로 이사 온 집 아들 펠리페(Felipe)가 우리 연못과 현관을 비디오로 찍고 싶다고 들렀다. 비디오 프로젝트를 친구와 함께 한다고 해서 오케이 했다. 주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오는데 현관 앞에 편지와 와인이 놓여있다. 글씨도 괴발개발에 스펠도 틀렸다. 요즘애들의 수준이다. 화요일 촬영을 컨펌한다는 내용이다.


오늘() 외출했다 돌아오니  찍었다며 고맙다고 한다. 무얼 찍었을까 궁금하다. 너구리가 금붕어를 잡아먹어 속도 상하는 연못이지만 덕분에 와인도 한병 벌었다. 사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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