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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20. 2022

한결같은

시인의 추석선물

시인의 선물


작년까지만 해도 친정집에 매해 추석선물을 보내주시던 나태주 선생님께, 어머니가 천국 가셨으니 더는 보내지 마시라고 알렸다. 작년에 보내주신 멸치와 건새우는 엄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보내셔서 엄마는 구경도 못하셨다.


엄마는 선물을 받으시면 “얘, 공주의 시인이 또 뭘 보내셨다”하며 내게 알리셨다. 공주의 알밤이나 햅쌀, 유과나 지역특산물 등을 보내주시곤 했다. 물건의 가치보다도 그 마음 쓰심이 얼마나 한결같고 보배로운가. 우리 식구들에겐 매우 감동적인 분이시다.


올 추석엔 엄마 집에 선물 보내는 대신 내게 책을 보내주셨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신작 시집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스페셜 에디션이다. 붓펜으로 쓰신 인사말에서 선생님의 자상함이 느껴진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1945-)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2 걸려 바다 건너 도착한 책들이 다정하게 다가온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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