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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Oct 14. 2022

시니어 성경대학

조기입학생

수요일엔 가장 어린 학생으로


이정아


시니어 성경대학이라 치매예방에 포커스를 두었는지 교육 과정이 공부보단 과외 활동에 치중한다. 성경 공부는 단 한 시간. 2교시엔 성경 퍼즐을 맞추고 그림 그리고 3교시엔 모빌 폰 강좌를 듣는다. 다시 유치원 입학한 기분. 어느새 늙어 이걸 해야 하다니 자괴감에 헛웃음만 나왔다. 위문 가서 찬양 봉사하던 양로병원의 그 노인들과 나의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 낙담했다.


등록을 취소할까? 아니면 성경공부 한 시간만 하고 매번 조퇴를 할까? 갈등했다. 8 순 가까워야 들어오는 시니어 대학엘 너무 빨리 입학한 것 같아 고민했다. 집에서 혼자서도 잘 놀면서 왜 수강신청을 했던가 후회했다.


실은 팬데믹 이후 매주 화요일 클래식 아카데미에 등록해 잘 노는 중이었다. 합창하고 음악 듣고 즐겁게 지내다 보니 삶의 밸런스를 위해선 영적으로도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마나 기특하고 건전한가? 하나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밀린 성경 공부해야지 하며 등록했는데 공부시간은 짧고, 이번 학기 학생 중 가장 연소(?)하단다. 이게 뭔 일이람.


그래서 함께 공부하게 된 이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냥 다니기로 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퍼즐도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마음을 비우고 늙음을 받아들이자 생각하니 훨씬 편안해졌다.


똑똑한 이들만 한다는 조기입학을 하고야 말았다.

오호 천재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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