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다가
[이 아침에] 책을 낸다는 것의 의미
이정아/수필가
[LA중앙일보] 03.14.17 20:03
봄이 되자 문인들의 텃밭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책 출간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주엔 두 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책 출간을 출산으로 표현을 하기에 남자 문인께도 분만을 축하하느니 농담을 한다. 글 써서 책으로 만들기까지가 출산의 고통만큼이나 크다는 비유일 터이다.
첫 책을 출간한 두 분은 미국살이하면서 20년 넘게 안 분들로 그런 연유로 기념회의 순서를 하나씩 맡게 되었다.
첫 소설집을 출간한 분은 남편의 8순 기념 파티와 함께한 출판기념회여서 분위기가 여느 출판기념회와 사뭇 달랐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그런지 품위 있고 따뜻했다. 자녀들이 소품이며 선물이며 정성껏 준비해서 보기 좋은 데다가 진짜로 친한 분들만 초대했기에 서로 알만한 사이. 소통이 잘 되었다. 나는 내가 아는 작가에 대해 말하는 순서를 맡았는데, 말하다 그만 주책없이 울었다. 내가 아플 때 간절히 기도하고 위로해주던 그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눈물이 났다. 잘하려고 우황청심환도 먹었는데 본전도 못 찾고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쥐구멍을 찾는 내게, 다들 운 게 효과가 더 있었다며 부끄러움을 위로해 주신다.
첫 수필집을 출간한 수필가는 남편의 선배이나 문단에선 나의 후배로 등단 15년 만에 첫 책을 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자수성가한 성공한 이민자이다. 지금은 많은 단체의 리더로 봉사도 열심히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초대받은 인맥들도 화려하고 파티도 호화로워서 출판기념회라기보단 성공을 축하하는 모임 같았다. 눈이 호강했다.
지난번 소설가 때 울어서 망신당한 일을 되풀이 않으리라 다짐하고 진정제인 청심환을 먹었다. 그분의 수필 세계를 말하는 거였는데 앞의 분들이 좋은 말은 벌써 하고, 수필 평마저 영상으로 신재기 평론가가 다 말을 해서 내가 더 할 게 없었다. 심각하니 수필 평을 말할 자리도 아니고 시간도 많지 않기에 농담 몇 마디 너스레를 떨다 내려왔다. 분위기가 즐거워 울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나는 수다 체질이지 멍석 체질은 아니다. 몇몇 친한 이들과 떠들라면 지치지 않고 몇 시간도 가능하나, 여러 사람 앞에선 무대 공포증 또는 울렁증이 있다. 남들은 그런 나를 못 믿겠다 하지만 음악 시간에 독창 시험을 보면 피아노를 붙들고 의지를 해야 소리가 나왔다. 한 곳에선 울고 한 곳에선 웃고 이순의 할매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겁도 없이 세 권의 종이 수필집을 내고, 두 권의 전자책을 만들고 이제 네 번째 종이 책 원고를 작년 연말에 다 준비해 놓았는데 출간을 망설이고 있다. 신문연재만 묶어도 두 책은 나올 분량이건만 글 잘 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사이버 세상을 통해 알았다. 고수들 틈의 허접한 내 글이 부끄러워 자신이 없어졌다. 좋은 글을 넘치게 접할 수 있는데 굳이 종이책을 내야 하는지 나무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럼에도 첫 책은 내가 작가임을 나에게 남에게 알리는 명함같은 것이다. 두 분의 출간을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