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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Jun 26. 2023

치과에서

공사를 받다

6월 9일부터 시작한 공사가 22일에 끝났다. 30년 전에 한 어금니 크라운이 찢어져 떼어내고 새로 끼웠다. 그 교체가 토목공사 못잖다. 눈 감고 보호 안경 쓰고 소리만 듣는데도, 파내고 갈고 하는 찌릿한 소리와 내 가슴 위로 늘어놓는 송곳, 핀셋, 드릴등 장비들이 공포스러웠다.


치과 선생님이 찢어져 못쓰게 된 금니 크라운을 주신다. 버리랬더니 요즘 금값이 올라서 금은방에 가면 얼마라도 쳐준다고 해서 깔깔 웃었다.


새로 끼워 넣을 땐 아래윗니를 딱딱 부딪쳐봐라, 질근질근 씹어봐라를 100번 이상하고 다시 갈고닦고 넣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우리 치과 선생님이 꼼꼼하다고 소문난 이유를 알만하다.


30년 동안 애쓴 크라운, 오죽하면 구멍까지 났나 생각하니 나의 이민살이가 스쳐 지나간다. 이 악물고 헤쳐 나온 길이었나? 이 갈리도록 억울한 일도 있었나? 이가 망가질 만큼 험한 식생활이었나? 구멍 뚫린 어금니 하나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조심하라더니 이번엔 금지식품이 더 늘었다. 이빨은 관절과 꼭 같단다. 갈아 끼워도 오리지널과는 다르게 약하다며 질긴 고기, 가래떡, 팝콘도 먹지 말란다.


헐 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굶어 죽겠어요! ”했더니 사람 좋은 웃음으로 “죽지는 않으실걸요? ”하신다.


하기야 다음날 뷔페모임에 다녀왔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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