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소수점(小數點) 인생!

by 이정아

식사량도 일정하고 과식도 거의 안 하는 남편은 늘 내게 잔소리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 지당한 말씀이다.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평생 없어지지 않는 식욕을 건강의 척도로 여기며 살아온 내겐 도전적인 말이다. 남자들이 보양강장제 없이도 정력이 넘친다는 자랑 하듯이, 당최 입맛 떨어지는 일이나 밥맛없게 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내 자랑이기도 하였다.


음식에 있어선 절대 양보 않고 살던 나도, 나이가 들으니 이젠 식탐도 한 풀 꺾이고 식사량도 줄었다. 뷔페식당에 가면 여러 접시 먹어서 주인으로 하여금 원가 걱정하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건만, 이젠 내가 본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뷔페식당엔 이즘엔 억울해서 안 가게 된다. 나이 먹으니 욕심이 두루두루 줄어드는 게 신기하다. 그 욕심이란 것이 끝 간 데 없이 자라기만 하면 어쩔 것인가.


노욕(老慾)이나 그로 인한 노추(老醜)를 상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드라마‘이산’에 나오는 영조의 노욕만이 노욕일까? 정치에 문외한인 내 눈에 비친, 현대역사의 파행 안에도 늘 노욕이 자리하고 있음을 본다. 참을 인(忍)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줄여야 할 것이 조절하기 어려운 명예욕이 아닌 저절로 줄어들고 있는 식욕이어서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혀끝의 탐심에 정복당해, 요 근래에 내가 영접한 무수히 많은 탄수화물들. 이제 와서 없었던 일로 하기엔 너무나 있었던 일.


다음 주 병원 검사를 앞두고 갑자기 굶으며 검사 결과가 잘 나오길 바라는 이율배반. 소심한 소수점(小數點)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