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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의 조앤 Dec 08. 2022

10번 이상 본 영국 크리스마스 광고 4

런던의 식탁


바운티 Bounty. 코코넛 필링 초콜릿 바인 바운티와 그 광고에 대해 이야기할 친구가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나는 바운티를 매우 싫어하는 쪽’이었다'. 맞다. 과거형이다. 내가 바운트에 대한 선호도를 ‘Extremely Unwanted’에서 ‘Neutral’로 바꾼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바운티 광고 때문이다.


Celebrations Christmas Advert: Lonely Bounty 2021

영국의 식품 제조업체인 마스 위글레이Mars Wrigley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셀레브레이션즈 터브 Celebrations Tub라는 초콜릿 박스를 프로모션 한다. 그 안에는 자사 생산제품인 마스, 몰티저스, 트윅스, 스니커즈, 갤럭시, 밀키웨이 같은 초콜릿의 미니 사이즈가 잔뜩 들어있다. 바운티는 천덕꾸러기였다. 코코넛 필링이 들어간 이 독특한 밀크 초콜릿에 대한 소비자의 호불호가 (나만큼이나) 강했던 모양이다. 바운티는 그 맛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독차지가 되거나, 버려졌다.


짐작은 영국에서 진행된 설문조사를 통해 현실이 됐다. 바운티는 18-24세가 가장 싫어하는 초콜릿 바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52%가 바운티를 싫어한다 했고, 32%가 원치 않는 초콜릿은 버린다고 응답했다. 회사는 안티 히어로 딱지를 달게 된 바운티를 추방하는 대신 감정에 호소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렇게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플롯을 차용한 2021년 셀러브레이션 터브의 광고 ‘Lonely Bounty’가 랜선을 탔다.


Celebrations Christmas Advert 2021 'Lonely Bounty'


마스 위글레이는 광고 끝에 ‘Bounty Return Scheme’ 메시지를 남긴다. 박스 안에 남겨진 바운티를 버리지 말고 회사로 보내 달라고. 소비자는 크리스마스가 끝난 1월 바운티를 마스의 제품 중 가장 사랑받는 국민간식 몰티저스 Maltesers Teasers로 바꿀 수 있었다.


영국에서 호불호 강한 식재료 중 하나인 방울 양배추 Brussel Sprout를 상대로 등장시킨 것도 킬링 포인트. 마스 위글레이는 바운티와 방울 양배추를 ‘Two Outsider’라고 표현했다. 영국 크리스마스 식탁에 항상 오르는 재료지만 식사 후에는 어쩐지 방울 양배추만 접시 위에서 굴러다닌 다는 게 영국인피셜. 그래서인지 방울 양배추는 감성을 자극하는 영국의 크리스마스 콘텐츠에도 종종 등장한다. 런던의 백화점 중 하나인 셀프리지는 올해 크리스마스 쇼윈도 디스플레이 한 면을 방울 양배추로 장식했다.   


Celebrations Christmas Advert: Bring Back Bounty 2022

마스 위글레이는 올해 테스코와 협업해 바운티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는 ‘No Bounty’ 셀레브레이션즈 터브 에디션을 출시했다. 영국에서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새로운 설문조사에서 39%가 이 터브에서 바운티를 보고 싶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18%는 터브를 열었을 때 바운티만 남아 있다면 화가 날 것이라고 했으며 58%는 이것이 가족 간 불화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28%가 코코넛과 초콜릿 ‘바'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나는 이 28%의 답에 적극 동의한다. ‘바’ 타입인 바운티는 절대 싫지만 코코넛을 싫어함에도 페레로로쉐 라파엘로는 썩 즐기는 편이기에.


그러나 바운티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평소 코코넛을 좋아하는 이들의 18%가 셀레브레이션즈 터브에서 바운티를 가장 좋아하는 제품으로 꼽았다. 또한 20%는 바운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2021년 18-24세가 가장 싫어하는 초콜릿으로 선택한 바운티는 2022년 가장 성숙된 미각을 가진 세대로 인지되는 55세 이상의 38%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올해의 바운티 광고.


 Celebrations Christmas Advert 2022 'Bring Back Bounty'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은 바운티는 자신의 크리스마스 양말을 챙겨 집(셀레브레이션즈 터브)을 떠난다. 우연히 할머니에게 발견되어 할머니의 집에서 모처럼 포근한 시간을 보내던 바운티는 집 나간 자신을 찾는 메시지를 TV에서 본다. (몰티저스, 스니커즈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 목록도 킬포.)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 몰티저스, 스니커즈와 재회하는 바운티. 광고는 ‘You don’t know what you’ve got until it’s gone’이라는 문구로 끝난다.

지난해 원치 않는 바운티를 몰티저스로 바꿔주는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마스 글레이저는 #Bringbackbounty 논쟁에 참여하라고 제안한다. 댓글에는 바운티 옹호자들의 지지가 넘쳐난다. "바운티를 빼면 난 내년부터는 (경쟁사인) 캐드버리 히어로즈Cadbury Heroes 터브를 살거야" 같은.


마케팅 관점에서 보자면 39%의 소비자가 싫다고 한 제품은 퇴출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브랜딩 관점에서 보자면 어떨까? 셀레브레이션즈 터브에서 당장 바운티를 없애기보다 바운티 논쟁을 이끌어 크리스마스 시즌에 바이럴을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뭐 이미 'No Bounty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고. 이쯤 되니 내년 셀레브레이션즈 터브 안 바운티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과연 바운티는 종합 선물 세트의 일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John Lewis Christmas Adverts

비인기 초콜릿 바 광고로 이 글을 시작했지만 리테일 브랜드에서 전하는 크리스마스 광고는 훨씬 경쟁적이다.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고 이야기만 해도 훌쩍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그로서리 쇼핑 매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리테일 브랜드의 광고는 그 제작 규모나 예산을 짐작해보면 단편 영화 수준. 영국의 백화점 브랜드 존 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를 나는 바운티 광고만큼 기다린다. 마치 2분짜리 크리스마스 카드 같다. 몇 번씩 돌려보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의 힘. 다른 브랜드의 우스꽝스러운 어글리 스웨터를 입은 가족이 잔뜩 등장하는 광고, 당근 가족 버전의 나 홀로 집에 광고도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존 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에서 느껴지는 메시지가 나는 참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변은 곧장 따뜻하고 환해지니까.  



                                                John Lewis Christmas Advert 2022 'The Beginner' 



                              John Lewis Christmas Advert 2019 'Edgar the excitable dragon'


이 식탁 위에도 방울 양배추가 잔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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