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글을 적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시간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책에서 영혼을 깨울 수 있는 한 구절을 찾아 수많은 책 속에 빠진 사람들. 브런치와 여러 가지 플랫폼들을 통해 글을 기록하고 또 나만의 글을 적는 사람들. 모두 나만의 컨텐츠를 찾고 싶어 한다.
단순히 온라인 채널에서 무슨 내용을 적을까? 고민하는 컨텐츠가 아닌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것.
인생 컨텐츠. 과연 인생 컨텐츠란 무엇일까?
어떻게 생각하면 나를 표현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브랜드가 어떠한 한마디 말이라면 컨텐츠는 그 내용을 보다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개념이다. 그럴싸하게 나를 포장하는 한마디가 아닌 과연 그 내용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말이다. 보다 그 내용과 가치에 초점을 둔다. 세상에 비슷한 브랜드의 책은 많지만 그 색과 내용은 모두가 제각각이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나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들여다본다.
나란 사람의 성격과 모습에서부터 시작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사랑의 모습.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 대화의 바람직한 모습.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인지, 지금 나는 어떠한 목표를 세워서 어떤 성장을 추구하는지의 작은 원에서 시작해 때론 교집합처럼 겹쳐기도하며 큰 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한마디로 나를 사용하고 기획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나 기획서!
그 기획서를 통해 때론 우울하고 때론 지나친 자만감에 빠져 객관화시킬 수 없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장을 위한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나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란 무엇인가? 질문과 함께.
자아정체성을 찾기 위한 '나란 무엇인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에서는 더 이상 나눌 수가 없는 개인으로 분인 individual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고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때그때 다른 페르소나를 드러낸다.
분인 이란 대인 관계마다 드러나는 다양한 자기를 의미한다. 애인과의, 부모와의, 직장에서의, 이들은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 실제의 나와 또 이러한 인터넷상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는 것처럼. 사람의 개성은 이러한 여러 분인의 구성 비율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렇다면 여러 분인 중 진정한 나란 무엇일까? 우리가 오롯이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 그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일까? 혼자 있으므로 항상 똑같은 생각에 잠기지 않듯이 다양한 분인이 번갈아가면서 생각에 잠길 게 틀림없다. 진정한 나란 이 중 하나가 아닌 여러 다양한 분인의 모두가 '진정한 나'이다.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인간을 격리시킬 뿐이다. 이처럼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늘 고민과 괴로움에 쌓일 수밖에 없다. 결국 타인도 여러 분인의 하나의 모습으로 나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우리가 서로의 특정 본인의 모습으로 만나 그 본인의 모습이 무척 잘 맞을 때 친구가 된다. 그리고 남녀의 관계에선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애착의 형성과 반대로 죽음은 어떠한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왜 그토록 고통스러울까? 그 사람을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모두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함께 그 사람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분인의 삶도 함께 끝나게 된다. 이제 다시 볼 수 없고 우리는 다시 그때의 나로 살 수 없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나의 분인 또한 영원히 사라진다.
나는 어떤 분인들로 살아가고 있을까.
엄마로서, 딸로서, 동료로서, 후배로서, 누군가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모습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중 무엇으로 살 때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할까? 나의 분인들의 작동을 조정하는 내 무의식은 어떤 '진정한 나'란 모습으로 또 날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나의 분인들의 균형 있는 조화. 어느 분인도 억누르지 않는 자유로운 발현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를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이 내 인생 기획서의 Step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