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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인생콘텐츠 Mar 15. 2019

날라리 엄마의 밥 한끼

최고의 한끼

“밥 먹어.”
긴긴 겨울방학 동안  집 밥을 먹이고 오늘은 좀 쉬어가는 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다. 
떡볶이와 라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맛있다. 최고!대박!” 을 연신 반복한다. 오랜 시간 준비하는 집 밥 요리와 사뭇 비교된다.



“엄마. 외할머니가 엄마 날라리였데.”
“뭐? 뭐라고?” 난 귀를 의심해서 다시 물어봤다. 
“외할머니가 그러는데 엄마 그렇게 공부 열심히 안 했대. 친구도 좋아해서 많이 놀았다던데..
 와..아빠는 초등학교때첨 담배를 피웠다더니 둘다 엄청 날라리였구나.”
 
꺄르르..꺄르르..
지난 주 식사를 하러 간 친정에서 뒤에서 걸어오는 아이들과 엄마가 킥킥거리던 것이 내 흉이였나보다. 아이들은 매번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평생 모범생이였을 것 같은 엄마,아빠가 학창시절 날라리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모양이였다. 
아직도 시금치와 근대를 구분하지 못하고 10년된 칼이 아직도 무뎌지지 않은걸 보니 난 날라리 엄마 맞다. 




책 대신 김치 냉장고

강남 한복판 좁은 집. 꽤나 무리를 해서 이곳에 들어왔다. 오래된 복도식 구조라 많은 짐을 버리고 버렸지만 최근 큰 맘먹고 들인 제품이 있다. 
그것은 김치냉장고다. 놓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 손때 묻은 책 100권 가량과 책꽂이를 처분했다.

김치냉장고가 들어오자 마자 택배가 연이어 도착한다. 
친정 어머니가 손수 고기와 야채를 다져 만들어주신 동그랑땡, 동그란 그릇으로 찍어 손으로 빚어낸 만두, 시어머니께서 오랜 시간 말리고 찌기를 반복해 만든 홍삼, 다양한 이름 모를 아채 말린 것들. 몇 달을 묵혀서 만든 양념과 김치. 신혼 초엔 바리바리 음식을 싸 주시는 것이 귀찮았다. 명절때마다 마당 한 가득 호박 등 여러 야채를 말리고 계셨다. 가져 가라고하면 괜찮다고 말씀 드렸다. 마지못해 받아오면 어딘가에 대충 던져두곤 한참 뒤 발견했다. 상태가 좋지않아 버리기 일수였다. ‘마트가서 사 먹는게 보관도 쉽고 간단한데 왜 이렇게 주실까?’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주신다고 하기도 전에 사이즈 별로 지퍼락부터 준비했다.



사랑의 한끼를 선사해주시는 양가 부모님이 늘 오래 오래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그 최고의 한끼가 그리워도 허기짐이  채워지지 않는 날이 올까 두렵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감사의 표현을 한다. 그럼 전화기를 통해 말씀하신다. "택배 보냈다."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가득찼는데 책을 더 버려야하나.

그리고 다짐해본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언젠가 내 나이가 되서 지치고 힘들때‘아..먹고싶다. 그립다. 엄마 밥’ 하고 떠올릴한 끼를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날라리 엄마의 떡볶이와 라면이면 넘 슬프지 않은가.



최고의 한끼. 사랑.

맛집 탐방? 그거 왜 하지? 저렇게 길게 줄을 서서 먹고 싶은게 있구나! 그런 사람들이 신기할 만큼 식탐이 없는 편이다. 여행을 가서도 우리 가족은 사람 없는 식당을 찾아 다닌다. 그런 나에게도 최고의 한끼가 있으니 그건 양가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이다.

야채와 고기를 손으로 다져서 타원형으로 크게 만든 동그랑땡. 우린 이걸 엄마표 함박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어떤 레스토랑에서 만든 음식보다 뛰어났다. 또 숯불을 피워 듬성 듬성 망에 끼워 기름을 뚝뚝 떨어뜨려서 구운 고등어는 바삭바삭했다. 최고 중 최고는 직접 강에 나가서 다슬기를 잡아 물을 적게 부어 파 송송, 보글 보글 끓인 된장찌개이다. 아이들이 떡볶이와 라면을 먹으며 와~~ 맛있다. 대박!. 했듯이 감탄사를 튀어나오게 한다. 항상 밥 한끼 먹으며 깨작 깨작거리는 며느리이였다. 그런 내가 밥 두 공기를 30년 시집살이 며느리처럼 퍼질러 앉아 먹었으니 얼마나 그 모습이 보기 좋으셨을까? 그 후에 어머니는 늘 갈때마다 봉투 가득 다슬기를 주신다. 그 봉투를 들고 상상해본다. 강에 가서 두 분이서 직접 돌을 하나 하나씩 뒤집어 새끼 손톱만큼 작은 걸 떼어낸다. 삶고 껍질을 깐 다음 봉투에 가득 담는다.


사랑이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랑.



그리고 음식으로 가득찬 차 드렁크가 내려 앉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나의 아이들에게 끝없이 사랑을 퍼줄 수 있을까?

이런 정성스러운 음식을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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