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a 인생콘텐츠 Mar 27. 2019

축! 신장개업 식당 오픈 –  나에게 글쓰기란

글쓰는 식당 주인의 운영 노하우


식당을 오픈했습니다. 클래식 기타곡이 흐르고 향신료가 가득하지만 음식을 팔지 않아요. 주인은 그냥 글을 쓸 뿐입니다. 이곳은 글 쓰는 식당입니다. 10주 동안 식당을 오픈하며 몇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여태 손님이 별로 오지 않아 영업 노하우는 없으니, 운영 철학을 공개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재료를 넣지 말아요. 

몸에 좋다는 여러 재료를 넣어 함께 요리했습니다. 그랬더니 무슨 맛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식당을 바짝 두 달하고 문 닫을 건 아니잖아요. 계속 글을 또 쓸 테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으면 다음으로 넘겨야 해요. 한 그릇에 모든 인생을 다 닮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다루기 힘든 재료는 시간이 걸려요. 

다루기 힘든 재료가 있어요. 유난히 눈물이 나는 이상한 양파. 요리를 먹은 후에도 한동안 주방에 계속 여운을 남기는 청국장 등. 나를 치유하는 글이라고 하지만 가슴 한 켠 고이 잠들어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해 더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가 있어요. 아직 시간이 더 걸리나 봐요.



양념을 아껴요.

희망, 기쁨, 슬픔, 사랑. 모든 양념을 쳐가며 글을 적었습니다. 풍성한 감정을 사람들이 공유하며 감동하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밤새 적은 글을 다음날 읽어보면 부끄럽습니다. 감정의 휴지통 같은 모습이네요. “그건 매울 거예요. 진짜 매워서 눈물이 날 거예요.”라고 아무리 음식 앞에서 주인이 강조해도 정작 그 요리를 먹는 사람은 맵기는커녕 담담함을 느끼죠. 그러면 다소 머쓱하겠죠. 감정의 양념은 조용히 그릇에 깔되, 판단은 독자에게 달려있어요.




누구를 위한 요리인가요?

나를 위한 글을 쓰나요? 독자를 위한 글을 쓰나요? 아직도 누구를 위하여 글을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은 손님이 없으니 매일 세끼 자신을 위한 단품 요리를 할 뿐이죠. 내 취향의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이러한 스타일의 요리를 좋아해서 한 명 한 명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생길까요? 지금 당장은 취향을 찾기 전 나를 돌아보는 글을 씁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떨 때 행복한지,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그러다 보면 글이 재미있고 위안이 된다며 사람들이 말해주겠죠. 그럼 지금은 약간 힘들기도 한 요리시간이 좀 더 즐거워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톡톡 튀는 레인보우 샤베트 아이스크림과 파전을 합쳐봤어요. 자꾸 축축 처지고 결국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식상한 스타일에서 탈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다른 스타일의 글을 흉내 내지만 ‘잔잔한 스타일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때론 ‘톡톡 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연기자가 자신의 스타일에 묶여 로맨스, 액션, 판타지 모든 역할을 카멜레온처럼 소화하지 못하면 개성이 없듯이 글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에세이, 소설, 시를 다 잘 쓰는 것은 천재만이 가능한 일이겠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식만 취급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세계 맛집 리스트인 미슐랭에 올라가는 식당을 바라며 오픈했습니다. 2번의 탈락 끝에 이제 겨우 브런치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메뉴도 몇 개 없고 요리한지 10주 만에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 제목처럼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여전히 오타와 비문. 구조가 이상한 문장을 반복합니다. 꽤나 글을 적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죠? 과학, 통일 백일장에서 상을 휩쓸었던 것은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척 해서일까요? 학교에서는 이러한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일까요? 곰곰이 무엇이 문제인가 주방을 뜯어봅니다. 아직 재료 구분을 할 줄도 모르고 칼도 하나밖에 없는 초보 중에서도 왕 초보 요리사이네요. 양념이 아닌 칼 쥐는 법,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멋진 요리학교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요리사분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어쩜 그렇게 다양하게 요리하실까요? 합평 시간, 그분들은 딴 때와 달리 오늘은 어떤 양념을 넣었는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난 똑같은 맛 같은데 말이죠. 제가 뜨겁다, 차갑다, 달다, 맛있다. 단순한 형용사를 구사하는 것에 비하여 풍성한 언어 표현을 하시는 것도 참으로 부럽습니다.


모두 글쓰기 식당을 멋지게 오픈하시길 바랍니다.







10주 동안의 요리학교 과정 = 공대생의 심야서재 글쓰기 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저의 글쓰기 선생님과 프로그램을 소개드립니다.

곧 4월부터 시작되는 과정관심있으신 분들은 서두르세요. ~

https://blog.naver.com/futurewave01/221493259160


매거진의 이전글 날라리 엄마의 밥 한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