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음식은 바로 쇠꼬챙이에 여러 고기를 꿰어 숯불에 구워 먹는 슈하스코(Churrasco)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소고기도 10여 가지 부위별로 주는데 종류가 많아 모두 맛보기 힘들 정도다.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이 40kg(2014기준)일 정도로 많고 고기 없는 음식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주식 중 하나다. 육류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주력 수출상품 중 하나였는데 얼마 전 육류가공 업체들이 부패한 고기를 유통한 사건이 알려지며 세계적인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연방경찰은 ‘연약한 고기 작전(Operacao Carne Fraca)’을 개시하여 유통기한 변경, 부패한 고기 유통,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불법 화학처리를 한 혐의로 전국 30여 개 육류가공 업체를 압수 수색했다. 이 중에는 세계 최대 육류가공 업체인 JBS를 비롯해 국내 최대 가금류 생산업체인 BRF사도 포함되어 충격을 주었다. 기업 대표의 기소는 물론, 일부 관련자도 구속 중이며 육류를 검역하는 공무원도 다수 구속되어 있다. 이 소식은 즉각 세계로 퍼지며 한때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육류 수출국이다. 2016년 전 세계 소고기 생산량은 미국이 1위로 19.2%, 이어 브라질이 16.3%를 생산했고 소비 또한 미국이 20.2%로 1위, 그 뒤를 이어 브라질이 13.7%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수출 자리매김을 보면 1위 인도(20.2%) 다음으로 2위 브라질(19.2%)에서 육류는 전체 수출량의 7.2%에 해당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육류 수출의 중단으로 경상수지에 적색 불이 들어오자 정부는 당황했고 업체들은 무지한 연방경찰들의 표적 수사라고 항의했다.
현 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았던 와중에 비싸게 샀던 고기가 결국 부패한 것임을 알고 국민의 불만은 폭발했다. 수사 발표 후 유럽과 중국, 특히 한국에서는 브라질산 육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중 닭고기 생산업체인 BRF 는 전국 47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었고 육류가공업체인 JBS는 Friboi, Swift, Pilgrim Pride 등 미국 회사를 사들인 세계 최대 육류 가공 회사였으나 한 달 만에 주가가 15.35% 하락하여 시가 총액 중 16억 불이 증발했고 BRF사는 1.45% 하락하여 1억3천만 불이 증발했다.
올해 재정 흑자를 목표로 삼고 있는 테메르 대통령은 해당 주에 각국 대사를 유명 식당에 초빙하여 만찬을 가졌는데 바로 다음 날 그 식당에서 제공한 고기가 모두 수입품으로 밝혀져 또 다시 곤란해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최대 육류 수출국이었던 브라질은 신뢰에 흠이 가며 당분간 회복이 어려워졌고, 연방경찰은 이번 수사의 초점은 부패한 고기가 아닌 뇌물과 정치 불법자금 세탁이라 밝히며 선을 긋고 있다. 어떻게 육류가공 업체들이 10여 년 사이에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는지 그 배경이 수사 목적이라고 한다.
그럼 브라질 고기는 안전한가? 결론을 말하자면 안전하다. 지금 뉴스에서는 먹으면 죽을 것 같이 보도되지만, 아직 수사 중이라 확실한 것은 없다. 물론, 소머리로 소시지와 햄을 만든 것, 유통기한을 넘긴 것 그리고 살모넬라균이 발견된 것도 있지만, 그 숫자는 미비하다.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인 농수산부를 혁신의 목적에 두고 있는데 낙하산 인사로 둘러싸여 부정부패가 심한 이곳은 오랫동안 문제가 많았던 곳이다.
한 예로 도축된 소를 검역받을 시 뒷돈을 주지 않으면 땡볕에서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냉장시설이라 해도 일반 냉장고와 달라 10일이 지나면 상하기 쉬운 데 때로는 20일 이상 걸리기도 했다. 따라서 뒷돈이 거래되기 일쑤였고 상한 고기는 고스란히 손해 또는 다른 용도로 변경되어 소비자에게 판매된 것이다. 한 유명 식당 사장은 개인 농장에서 키운 소를 직접 잡아 쓰려 했지만 이를 걸고 넘어가 역시 뒷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결국, 선량한 사람도 뒷돈을 주던가 아니면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
시스템 외에 국민의 불만이 표출된 것은 바로 비싼 가격이다. 항상 저렴한 가격대였던 소고기 가격이 2000년대 들어와 숙성고기와 진공포장 등 고급화 분류되며 가격이 수배 오른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고기를 먹는 나라에서 소비자는 오래 전부터 먹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었는데 고급부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주머니를 가볍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바뀐 것은 없고 자르는 부위를 세분화하고 포장을 예쁘게 한 것이다. 고급 고기로 포장된 고기는 소비자를 자극했고 늘어난 부위는 꼭 먹어봐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며 소비자를 혼동시켰다.
요즘 언론에서는 유명 셰프가 저온 숙성, 저지방 육류를 새롭게 구워 먹는 방법 등 갖가지 요리를 연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기존 정육점을 유럽식으로 바꿔 고급화를 몰고 와 수십 가지 종류를 비싸게 파는 등 전체적으로 부가가치를 올렸다. 소비자도 차츰 적응하며 예 전 고기 가격의 3배를 주고서라도 꼭 비싼 것을 찾는 등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이번 수사로 육류가공 회사의 제품이 포함된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소고기 중 최고의 부위는 단연 국내산이 아닌 아르헨티나산이다. 덥고 습한 국내 환경에 맞게 인도에서 들여와 개량한 브라질 소는 유럽산 소와 육질이 다르다. 시중 유명 식당을 보면 대부분 아르헨티나 또는 우루과이산 고기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브라질 고기가 맛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나라는 일찍이 육질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여 국내산보다 맛이 있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LA갈비도 브라질은 먹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식 갈비가 유행하며 이제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980년대 고 인플레이션 시절 소고기값 폭락으로 농장주들이 도축을 중단하자 시중에 고기가 모자란 적이 있었다. 매일 고기를 먹어야 하는 국민의 불만은 쌓여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이었고 정부에서는 한 사람당 살 수 있는 할당제를 도입했으나 턱없이 부족한 고기를 공급하기에는 모자랐다. 연방정부에서는 농장주들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자 연방경찰을 동원하여 문을 닫은 농장을 쳐들어가 소를 직접 잡아 도축하여 시중에 푼 것이다.
그만큼 고기를 사랑하는 브라질에서 일어난 육류파동은 씁쓸하게 받아들여지며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은 지난 4월에 쓴 글로 경북프라이드 글로벌웹진에 게제된 글이다.
http://pridegb.ngelnet.com/Pride_global_webzine/201705/contents/con09.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