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고
축구 없는 브라질은 김치 없는 김치찌개 같다. 축구하면 브라질, 하여간 이 나라 국민은 축구에 미쳐있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을 차고 놀아 세계에서 가장 볼 감각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학교 휴식 시간에 땅에 캔 하나 떨어지면 그걸 가지고 바로 축구가 시작된다. 발로 차는 것은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축구가 시작되면 한국에서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공격수로 변하는 데 브라질에서는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알아서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등으로 구성된다. 하여간 공을 들고 가기보다는 발로 차며 가는 사람이 많은 나라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태어날 때 두 가지 클럽을 선택하고 태어난다. 첫째는 단연 축구 클럽이고 둘째는 카니발 삼바 행렬 클럽이다. 자기가 속한 클럽이 뛰는 날에는 어린이는 물론 나이 먹은 노인까지 온 경기에 집중한다. 원래는 축구 경기장에서 봐야 하지만 요즘에는 너무 과격해진 응원단들의 싸움 때문에 관중들이 많이 외면하고 TV로 본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라디오로 중계방송을 듣기도 한다. 자기가 속한 클럽 사랑은 거의 맹목적이다. 친한 사람이라도 내 팀을 비하하면 바로 싸움에 들어간다. 특히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축구팀 때문에 총질하는 경우도 더럭 있다.
한국과 달리 브라질 축구는 모두 개인 클럽이다. 연고지를 주장하지 않지만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없어 지역 색깔을 띠고 있다. 클럽은 축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배구, 농구, 수영팀을 운영하고 일부는 올림픽 종목인 체조, 요트팀을 운영하고. 클럽 회원이 되려면 일단 회원권을 사야 한다. 회원은 클럽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구 및 장소(헬스장, 사우나, 축구장, 수영장 등)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경기 있는 날은 할인받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클럽은 축구황제 펠레를 배출한 싼또스(Santos), 브라질 최대의 클럽인 꼬린치안스(Corinthians), 쌍빠울로 시를 대표하는 쌍빠울로(Sao Paulo), 리우를 대표하는 플라멩고(Flamengo)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클럽은 꼭 한 개의 적대관계인 팀이 있다. 꼬린치안스팀의 경우 이탈리아계의 빠우메이라스(Palmeiras)팀이고 플라멩고의 경우에는 플루미넨시(Fluminense)이다. 경기가 벌어지는 날 만약 상대 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죽도로 패 버리고 티셔츠를 전리품처럼 빼앗는다. 평상시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축구 티셔츠만 입으면 돌변해서 과격해진다. 한 사회학자에 의하면 저소득층의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의 불만을 축구와 응원 그리고 폭력으로 해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클럽은 따로 주인이 없고 회원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오래된 회원들과 능력과 실력 있는 사람들이 회장이 되어 운영하는데 클럽 회장이 되면 대부분 시의원이나 주 의원에 당선될 정도로 정치적인 세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한 번 회장 되면 죽을 때까지 하려고 욕심부리기도 한다. 축구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 있는 회장은 정작 클럽들은 손해가 커 대부분 클럽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클럽 운영진 모두 측근들로 선출되다 보니 부정 또한 많아 세계적인 선수를 육성하지만, 세계적인 클럽으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축구 경기는 브라질축구협회(CBF)에서 주관한다. 여러 경기가 있지만 대충 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주마다 시행하는 주 대회, 상반기에 시행되는 전국구 브라질 컵 쟁탈전 그리고 하반기에 시행되는 브라질 챔피언 전이 있다. 이외에 남미 클럽 중 그해 최고의 클럽들이 국가별로 대항하는 리베르따돌(Libertador)이 있다. 연말과 연초를 제외한 1년 내내 축구 경기가 진행된다. 리그 전인 이 경기들은 일단 A, B, C, D 등급으로 내려간다.
A급은 당연 1부 리그로 가장 많은 팀과 제일 성적이 좋은 팀들이 뛴다. 그다음으로 B, C 하는 식이다. C 까지는 프로 선수들이 뛴다. 그러나 벌써 D로 내려가면 이들은 준 프로로서 오전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오후에는 경기를 가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A 리그에서는 매년 최하위 2개 팀이 B 리그로 내려간다. 반대로 B 리그에서는 그 해에 가장 성적이 좋은 2 팀이 A 리그로 올라온다. B, C, D 도 같다. A 리그에는 13개의 대형 클럽이 속해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회원이 가장 많고 역사도 오래된 클럽이다.
가끔 이중 B 리그로 떨어지는데 그러면 정말 난리 아닌 난리가 난다. 적대관계에 있는 상대 팀 놀림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회원들이 들고 일어난다. 협회에서도 큰 클럽이 B 군으로 떨어지면 관객 수가 줄어들고 광고 효과도 떨어지기에 뒷거래를 많이 한다. 십수 년 전 A 리그에 속해 있던 리우데자네이로의 Fluminese 라는 팀은 B 리그로 떨어져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리우 축구협회의 노력(?)으로 다시 A 리그로 복귀하기도 하는 등 어수선하다.
축구선수로 성공하려는 사람들의 숫자는 정말 엄청나다. 합법적인 신분 상승의 방법으로 알려진 축구는 대개 4~6살부터 시작하는 미링(Mirim), 7~9살의 인판찌우(Infantil), 주니어(10~16살) 순으로 나눠진다. 선수가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클럽에 소속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클럽에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실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보통 1년에 3~4번에 걸쳐 실시되는데 유명 클럽의 경우 전국에서 학부모와 어린 선수들이 몰려든다. 며칠간의 테스트를 거쳐 소속이 결정되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선수와 부모들은 다음 클럽을 찾아 떠난다. 테스트에 붙었다 하더라도 모두 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기숙사 생활하며 월급 없이 연습하며 중간중간에 실력 테스트를 검사받는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진 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렇다고 모두 나중에 프로 선수로 성장한다는 보장 또한 없기에 이들은 매우 불안한 생활을 한다.
모든 과정을 잘 밟아 프로 선수가 되어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생이 시작된다. 모든 프로 선수가 돈을 잘 받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는 호날도 같이 수 천만 불을 벌기도 하지만 한 달에 고작 2~300불 받는 선수들도 많다. A 리그 팀에 들어가지 못하고 C나 D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A에서 C로 점차 내려가는 선수도 있는데 거꾸로 C에서 A급으로 발탁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펠레, 호나우도, 호나우징요 등도 모두 주니어 때에 실력을 인정을 받은 선수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아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축구 선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기도하다. 유럽 명문 클럽에 보면 거의 1~2명씩은 꼭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브라질 선수들이 뛰고 있다. 축구가 좋아 브라질 사람이 됐다는 외국인 귀화자도 봤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는 축구 선수가 꿈이였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에 중독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라질. 축구의 별미 중의 별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