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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패배의 더러운 양심

일본 이민사회속 숨겨진 이야기

by 손정수

브라질은 어엿한 친일의 나라다. 동아시아 국가 중 청 나라와 첫 교류를 했지만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 관계가 끊어졌고 110년 되는 일본 이민 역사는 성공된 사례로 알려졌다. 우리 한인은 일본이 먼저 이민 개척하여 비교적 쉽게 정착했다. 이제 이웃. 가족이 된 일본계 브라질인은 우리 한인과 매우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 가깝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상처가 남아 있다. 옛날 일을 숨기고 싶지만, 과거를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일본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상처를 영화로 소개해 본다.


2차 대전 후 갈라진 일본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 영화 바로 "Corações Sujos"이다. 번역하자면 더러운 마음, 좀 다듬으면 실종된 양심 정도 된다. 배경은 2차 대전 시기로 당시 브라질은 세계에서 일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살던 곳이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많이 살고 있었다. 비양심이다 뭐다 번역할 소재는 많은데 이 영화는 철저히 브라질 사람의 관점에서 브라질 사람이 쓴 책이다. 따라서 번역도 한자로 풀이하기보다는 저자의 관점을 볼 때 약한 마음과 더러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는 Vicente Amorim 감독의 작품으로 Fernando Morais가 쓴 2000년도 원작을 충실히 이해하고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1908년 이민을 시작으로 본국 다음으로 많은 일본인이 몰려 살던 브라질. 2차 대전으로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불안하지만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던 나치와 더불어 일본제국의 정당성과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러다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며 퍼지자 브라질 정부도 연합국에 참여하며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선전포고를 선언한다.


같은 전쟁 국이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이민 사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난 것에 비교해 일본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지방에 급히 만들어진 수용소로 쫓겨났다. 일본 소식을 자주 접하던 1세대와 평소 브라질인이라고 자각하던 2세는 다른 나라 이민자와 달리 차별당하는 소식에 불만이 폭발한다. 모든 것을 잃고 희망 없이 몰려 사던 이들 사회에 이상한 소식이 돌고 있었다. 바로 일본이 전쟁에서 계속 선전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패망하며 2차 대전이 끝나며 이 소식을 브라질 정부에서 공표하자 일본 사회는 공황에 빠진다. 한 번도 전쟁에 패한 적이 없다며 집단으로 믿기를 거부한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 인종차별로 좌절감을 느끼던 젊은이들은 점차 이건 적들의 거짓 정보라고 규정하고 자체적으로 만세를 부르며 규합한다. 정부에서는 급기야 일본어로 된 책자 발급과 집회를 금지하는 등 소란을 잠재우려고 하는데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이 모임은 더 과격해졌다.


일본에서 건너온 젊은이와 군인들은 조직을 만들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일본 패망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영화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힘들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극우 군인과 만나면서 처절한 애국자로 아니 살인자로 변한다. 처음에는 애국심을 표명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만, 브라질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망이 좁혀오고 점차 일본이 패망했음을 깨닫게 되며 다시 한번 정신이 어지러워진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일본인들의 살해, 야만행위를 규탄한 듯하지만, 사실은 이민자들의 정체성 혼동 그리고 사회적인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본계라는 단순 이유로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수용소에 갇힌 브라질 국적 2세들의 박탈감 그리고 그들을 끊임없이 차별하고 괴롭히는 정부는 사실 잘못된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조직에 의해 수십 명이 살해당하고, 수백 명이 구속되고 수천 명이 조사를 받은 대대적인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일본 이민 사회에서 쉬쉬하던 내용을 작가가 수년 동안 조사해 드디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영화는 사실감 있게 잘 만들었다. 사실을 말하면 국가 반역자라며 매도하는 소수 그리고 이들의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문 대부분의 만용이 담겨있다. 용기를 내어 항의하면 암살당하는 희생자와 남아 있는 가족. 모두 역사의 희생자인데 이런 역사는 반드시 기록하고 남겨 우리 후세에게 교훈으로 전해야 한다. 일본 사회의 더러운 역사를 다룬 이 영화를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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