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예의 원한이 담긴 무술

음악으로 무장한 까뽀에이라

by 손정수

까뽀에이라(Capoeira)는 단연코 무술이다. 그것도 손보다는 발을 많이 사용하는 유연한 동작을 가진 엄청난 기술이다. 일전에 티비방송에서 조사한 바 있는데 발차기로는 태권도 다음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음악과 함께 흔들흔들하다 생각치도 못한 움직으로 발치기를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브라질에서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유래됐다.


17세기 앙골라에서는 매년 n'golo라는 이름의 성년식을 축제로 열었다. 이 축제에서 갖 성인이 된 마을 남정네들은 서로 발로 상대방 머리를 차는 경기를 한다. 이 축제 우승자는 가장 맘에 드는 처녀를 결혼 지참금 낼 필요 없이 데려다 갈 수 있다. 이쁜 여자도 그렇지만 일단 지참금 때문이라도 피터지게 싸웠던 무술이다. 이런 무술이 왜 브라질에 전수되어 유명해졌냐 하면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바로 악명 높은 흑인노예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잡혀온 흑인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브라질은 역사상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가장 많이 유입한 나라이다. 비슷한 온도와 계절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역사 통계를 보면 미국보다도 많은 500만 명이 잡혀 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 보다 더 많은 수가 잡혀오는 배 안에서 병으로 죽었다고 하니 참담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흑인노예는 백인이 잡은게 아니라 사실 수많은 흑인왕국이 상대방 나라를 침범하거나 아니면 중부지방으로 원정을 다니며 닥치는데로 잡아서 백인에게 팔아 먹은 것이다. 즉, 흑인도 인종.문화가 다른데 다른 종족을 잡아다 백인에게 판 것이다. 브라질에 흑인으로 잡혀 왔다 돈을 벌어 자신의 자유를 산 다음 아프리카로 돌아가 노예장사로 돈 번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타의에 의해 잡혀온 흑인중에는 지식인, 왕족 그리고 특히 건장한 무술인도 많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차츰 저항도 생기고 탈출하고 하여간 전투가 생기면 당시의 구식 총기 보다는 손과 발이 더 빨라 흑인이 주인을 때려 눕히고 도망쳤다. 그러자 백인들은 흑인들이 무술연마를 못하게 발과 손을 묶어 버렸다. 무거운 쇠사슬로 묶여 움직임이 둔해졌지만 주인 똥바가지 청소 몇번 하다보면 무술 안 배운 사람도 특공무술을 날리게 되는게 현실이다.


움직임에 제한이 있자 이 흑인들이 생각한 방법은 주인과 합의본다. 즉 무술 연마가 아니라 종교적인 행사 때 추는 춤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음악과 춤을 추면 환시상태에 빠지는 종교 행위를 자주 한다. 종교적인 축제라고 하니 주인도 그렇게 말리지 못했고 흑인은 손에 수갑을 차고 발에 족쇄가 있지만 이를 제한적인 환경에 적응 어쩔수 없이 풍차돌리기와 같은 무술이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갈고 닦은 이 무술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만 따로 전수된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기회가 되면 도망쳐 한둘 모여 살다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그 중에서도 바이아주의 낄롬보(Quilombo)라는 곳에는 3,000여 명이 몰려 살 정도로 큰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이들은 무술로 백인들을 무찌르고 흑인들을 해방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19세기 후반 농업에서 공업으로 차츰 바뀌며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늦게 흑인 해방을 선언한다. 그러나 흑인들은 특별 기술도 없고 지식도 없어 생활이 비참했다. 백인들은 기존에 자신들의 자산이었던 흑인들을 막 대한다. 툭하면 뺏어가고 때리고 똥바가지 날리고. 참지 못한 흑인들이 잊혀졌던 무술 기술을 살려 백인을 날려 버리는데 여기 저기서 흑인들에게 쥐어 터진 백인들이 까뽀에이라 하면 잡혀감~! 하고 찌질한 법까지 내놨다.


그렇다고 안 했을까? 아니다. 더욱 연마하고 이를 전파하게 되는 경우가 됐다. 그 중에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만들고 닦은 사람이 바로 베소우로 만강가(Besouro Manganga)(1895생-1924몰)이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까뽀에이라를 연마하며 홍길동 같이 빈민들을 도왔다고 한다. 베소우로는 원래 딱정벌래를 뜻하는 예명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무술할 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 붙인 별명이다.


젊은 나이에 맞은 생 마지막은 백인농장주와 까뽀에이라 경쟁자가 짜고 만들어 놓은 함정을 빠져 등에 칼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죽고 난 후부터는 전설적으로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며 드디어 까뽀에이라를 무술로 또 예술로 다른 나라에 소개됐다. 까뽀에이라는 베림바우(Berimbau), 아따빠끼(북) 빤데이로(템버린) 이름의 악기와 함께 어우러진다.


활과 같이 생긴 줄을 튕기며 소리를 울리는데 빠르지 않고 천천히 치며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 속에는 흑인 노예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그렇게 시작되는 까뽀에이라의 대련 속에는 단순한 무술이라는 개념을 넘어 브라질 사람들의 기질과 문화가 한껏 녹아 있는 하나의 생활예술 및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국적 인종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