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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수 Nov 28. 2018

넘치지 않도록

마파두부 만들었는데 실수가 있었다.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두부. 물양을 조절할 때 계산해서 넣어야 하는데 복잡한 생각에 그냥 실수로 다 넣었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마파순두부 찌개다


많이 담으려다 보면 넘치기 마련이다. 욕심이 없는 듯 했지만 이것저것 다 담으려고 했나 보다. 일요일 저녁에 아내와 애들을 재우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 일이 안 풀리는 중압감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기대감.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했는데 심한 불안증세로 변하며 가슴을 미어터지게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자는 동안 아이들 옷 다림질하며 땀을 흘렸다. 거친 숨을 쉬며 속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새벽에 마시는 물 한 잔에 안정을 취했다.


그렇게 미웠던 상황,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 잘 되지 못했던 불안감. 모두 넘치도록 담고 싶었던 욕심이란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마음이 열렸다.


조금씩 넣으면 될 것은 한꺼번에 모두 담고자 했던 내 이기심. 내가 해주는 만큼 나에게 잘해주길 바라는 욕구. 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깨달음을 얻으면 행복하다. 아니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정된 마음에 커피 한 잔의 가슴 두근거림도 행복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맛있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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