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시장 특색

by 손정수

부 모님을 따라 브라질에 도착한 지 어언 35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생소하던 생활이 이제는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하게 느껴지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저의 변해버린 문화습관으로 먼 나라라고 느낄 때가 많다. 한국과 밀접한 일을 많이 해 출장자 또는 여행객과 대화를 하다 보면 너무나도 큰 양국의 문화 차이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한국은 한뿌리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강한 방면 브라질은 다민족과 넓은 국토로 각자 개성이 강한 나라이다. 한 마디로 정리가 안 되는 브라질을 아마존 밀림과 인디오만 있는 줄로 알고 그저 못사는 나라라는 편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도전적인 한국인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덤벼들었다가 크나큰 상처만 받고 떠나는 사람도 봤다. 브라질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더불어 브릭스(Brics)로 대표되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미국, 유럽으로 대표되는 시장을 벗어나 브라질은 모든 표준과 스타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저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나라에 수박 겉핥듯 도전하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아래 기본적인 생각을 몇 개 정리해 보았다. 이 부분을 잘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브라질은 하나가 아니다

브라질을 방문하는 이들에게서 받는 질문 중 가장 난감한 질문은 바로 브라질과 한국을 비교해 해당 사항을 콕 집어 주기를 바랄 때이다. 즉 브라질 사람의 취향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어떤 제품이 브라질 사람에게 잘 팔릴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참 당황스럽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땅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적으로 인종도 다르다. 아르헨티나와 가까운 남부는 백인계통, 아마존 지역의 북부는 인디오, 아프리카와 가까운 북동부는 흑인과 라틴계 그리고 가장 큰 시장을 가진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남동부는 세계 각종 인종이 섞여 산다.


한마디로 '이렇다'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취향도 다르고 입맛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기에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춰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예로 같은 피자라도 상파울루는 이탈리아 남부식 피자를 선호해 빵 두께가 얇고 브라질 남부 지방은 햄버거 빵 같이 두껍다. 북동부는 빵보다는 토핑을 더 많이 넣고 아마존을 위주로 북부는 아직 피자가 크게 유행하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종류가 다양한 것은 그 지역의 경제성과 교육률 그리고 초기 지역 개발에 영향을 미친 이민자의 영향이 있다.


브라질 사람은 보수적이다

7000 ㎞에 달하는 해변과 뜨거운 태양, 그리고 항상 웃는 모습의 브라질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한국 문화와 다르게 개방적이어서 시장도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브라질 사람들의 향, 맛, 멋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다. 즉 쉽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그 전에 사용하던 제품과 비교해서 월등히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러한 소비성 취향은 예전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모든 제품을 유럽에서 수입하던 시절, 배를 타고 오는 제품은 몇 달이 걸려서 도착하고 이때 품질을 믿기 어려운 신제품보다는 아무래도 믿음이 가는 옛 제품을 찾던 습관이다. 다른 이유는 1년 내내 변하지 않는 자연환경이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항상 푸른 나무를 자랑하는 브라질에서는 환경 변화를 겪을 수 없기에 사람들이 대체로 보수적이다. 다른 이유로는 브라질 시장은 원래 경쟁이 없기에 선택의 폭이 좁고 또 다른 면은 식민지, 노예, 군사정권 시대를 겪으며 한정된 정보와 제품을 강요당하다 보니 국민성이 단순해진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SNS 시대에서는 각자의 취향과 선택권이 넓어져 다양성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은 큰 편이다. 10여 년 전 한국 수세미업체와 함께 수세미시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싸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양철 수세미보다 잘 닦이고 경제적인 한국 수세미를 선보였는데 대부분 좋다고는 평해도 결국 살 의향을 물으니 안 사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냥 지금 제품이 그냥 친밀하게 느껴지는데 이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꽃무늬 화려한 옷은 노!

연 간 최대 축제인 카니발을 보면 화려함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온갖 색과 꽃들이 화사하게 꾸며진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무희들을 보면 브라질 사람 특유의 리듬과 멋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우리 한국인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참으로 멋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한국에 많이 소개돼 화려한 꽃그림이 잔뜩 들어 있는 꽃무늬 옷을 많이 입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한국 TV를 보면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옷 색이 참으로 강하다.


반대로 브라질은 어디를 가든 대부분 단색계통의 옷을 선호하고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모델을 좋아한다. 한국은 서로 비슷하게 생겨 차이를 주려고 옷으로 승부를 거는 방면 브라질은 어차피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고 서로 다른 인종이 섞여서 그런지 그리 크게 중요해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게 오래전 한국에서 컨테이너 몇 개에 꽃무늬옷을 잔뜩 수입하신 분을 있다. 꼭 하와이에서나 입을 옷이 당연히 한 개도 안 팔리고 땡처리 되는 것을 봤다. 위에 말한 것처럼 브라질 사람은 취향이 보수적이면서 튀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수평관계

브라질 사람은 기독교 영향을 받아 인간관계를 굉장히 중요해한다. 그 중에서도 평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흑인, 백인, 인디오가 몰려 살다 보니 화합하며 서로 배려하고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연방법에 의거 인종, 종교, 출신, 성분에 두고 차별할 수 없다'고 꼭 적혀 있다. 이는 예전에 가정부나 보모 등 일하는 저소득층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따로 타게 해 이를 막고자 법으로 만든 것이다. 다국적, 다민족이 몰려 살다 보니 각자의 목소리를 내다보면 국가 자체가 흔들린다. 물론 아직도 사회에서 흑인과 저소득층 사람은 약자이다.


그래도 국가나 사회 그리고 회사에서는 당연히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사항인데 이 부분을 설명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오시는 분 중 정말 가끔이지만, 이를 잊어버리고 갑을 관계를 따진다. 회사를 설립해 직원을 채용하면 그때부터 갑의 관점에서 막 대하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그 반대로 직원이 있기에 회사가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브라질에서 갑을 관계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브라질은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이 아니라 서비스나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갑인 경우가 많다.


워낙 경쟁이 없던 시절이 길었기도 하지만 유럽식 사회주의가 만연하고 있어서 사람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설치하려 해도 설치 업체의 시간과 규제를 따라야 한다. 물론 통신두절돼 항의해도 절대로 자기들이 잘못한 것이 아닌 사고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한국인은 기절할 때도 있다. 그래도 맞춰서 살아야 한다.


영어는 안된다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출발한 브라질은 당연히 포르투갈어만 사용하고 영어는 거의 안 쓴다. 비즈니스 차 방문하는 한인을 보면 그래도 영어를 하면 택시도 타고 식당도 가고 호텔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오는데 한 마디로 영어만 사용하면 굶어죽기 딱 맞다. 15년 전부터 국제화 시대에 맞춰서 요즘 영어를 쓰고 배우는 사람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워낙 잘 통용되지도 않지만, 영어를 한다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수준이 낮아 대화가 안되는 경우다 많다.


다인종이 섞여 있더라도 브라질 회사를 보면 중간관리자는 대부분은 백인이 많은데 이들이 사용하는 영어와 한국에서 온 출장자가 사용하는 영어가 많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각자 모국어 영어로 번역해서 그런지 대화가 잘 되더라도 서로 설득하고 설명에 들어가면 막힌다. 같은 언어로 대화해도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실력 있는 통역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희한한 건 회식자리를 가져 술 한 잔 들어가면 서로 말이 기가 막히게 통한다. 한 잔 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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