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이 재미있는 훼이라(feira)

by 손정수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 상파울로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모든 물자가 만나며 커진 곳이다. 지금이야 냉장고와 대형마트가 흔하여 물자가 넘치지만 예전에는 빨리 움직이는 물류가 생명이었다. 강변을 따라 내륙 도시에서 오는 농산품과 산맥을 타고 바닷가에서 올라오는 해산물이 만나는 곳이다. 그 모든 농수산품은 시민에게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데 바로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훼이라(Feira)이다. 시장이라는 뜻의 훼이라는 동네마다 정해진 길을 막고 오전 5시반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린다.


옛날 유통망이 없던 시절 산지직송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 요즘에는 대형마켓이 여러 물품을 종류별로 싸게 내놓고 있어 점차 잊혀지지만 그래도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곳이다. 훼이라에는 시청의 운영 허가를 받은 상점만 나올 수 있다. 각 상점은 지정된 물품만 팔 수 있다. 크게 해산물, 육류, 채소, 과일 가게로 나눠진다. 설치 거리, 운영시간, 판매하는 물품 등 규제가 심하다. 특히 아침일찍 장사를 시작해야 하기에 새벽에 일어나 트럭을 몰고 가 상점을 차리는 것은 고역이다.


오전 일찍 가면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지만 가격이 다소 비싸다. 시간 갈 수록 가격은 차츰 내려가다 파장하기 바로 직전 2시쯤에는 떨이 판매를 한다. 이 시간에 맞춰 가면 반의반 값에 살 수도 있다. 솥뚜껑과 청소도구 등 생필품도 팔고 모든 육류와 생선도 판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조선무, 갈치, 아귀 등 우리 먹거리도 가져다 판다. 역시 수요가 시장을 만든다. 예전에 전설처럼 내려 오는 말이 있다. 이민 초창기 시절 물자가 흔해 한 번 땅에 떨어진 배추는 그냥 발로 차 버렸고 이를 주워 먹었다고 한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모든 물자가 흔하다.


날씨와 토질이 좋아 브라질 과일도 좋다. 옛날 대항해시절 동남아에 진출한 포르투갈 상선을 따라 브라질에 유입된 과일이 많다. 파파야는 마멍(Mamao), 망고는 망가(Manga)로 이름이 바뀌었고 크기도 더 커졌고 맛도 더 달다. 물론, 브라질이 원산지인 과일도 있다. 바로 파인애플과 과야바라고 불리우는 고이아바(Goiaba)이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패션프르추로 알려진 마라꾸자(Maracuja)과일도 브라질이 원산지이다. 마라꾸자 과일은 검은씨앗과 노란살을 갈아 먹는데 진정효과가 있어 흥분 했을 때 먹으면 좋다.


열대지방에서 가장 흔한 코코넛은 브라질이 원산지라는 학설도 있다. 동남아 것과 비교 살이 적고 물이 달달하여 먹기 좋고 수출도 한다. 시장 한 켠에서 컵에 따라 주는데 먹으면 상쾌하다. 겨울에는 인근에서 재배되는 딸기가 나오는데 눈이 오는 겨울이 아니여서 그런지 당도도 떨어지고 신맛이 강하다. 스트후프츠라고 불리는 까람볼라(carambola)가 눈에 들어오고 키위, 체리, 왕포도는 칠레산이 유명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채소도 많은데 가장 크고 짙은 녹색은 꼬우비(Couve) 잎이다. 이를 볶아 먹으면 고기 먹을 때 고소한 맛이 딱이다.


상추, 배추, 무 등 한인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 있지만 크고 깊은 맛은 없다. 한인촌에서 매주 목요일 마다 열리는 훼이라에는 한인을 대상으로하는 시장이라 우리 입맛에 맞는 재료가 항상 있어 먹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산지직송이라고 우기는 해산물 중 아르헨티나산 오징어와 문어 칠레산 연어도 있다. 특이한 건 생선과 해물을 잘 안먹어 생선은 살만 발라 놓고 판다. 생선을 살때 머리나 내장을 따로 달라고 주문하지 않으면 모두 버리니 손질할 때 꼭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아침부터 북적이는 훼이라의 최대 꽃은 바로 빠스뗄이다. 보통 훼이라 양쪽 끝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고소한 튀김 냄새로 사람을 꼬신다. 상파울로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빠스뗄(Pastel)은 1950년대 산토스 도시에 정착한 일본사람이 만두 반죽에 술을 넣어 숙성시키고 고기를 더 넣어 팔며 시작됐다. 파스텔 색상과 같은 이름의 이 음식은 밀가루 반죽에 고기나 채소를 넣어서 튀긴 만두와 같다. 소고기, 닭고기, 피자맛, 치즈맛, 참치 등 맛이 다양하다.


이 빠스텔은 지금도 일본사람이 해야 맛있다는 관념이 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훼이라에서만 맛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빠스뗄라리아(pastelaria)라고 불리는 상설매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만들고 파는 사람은 반드시 일본 사람이어야 장사가 잘 된다. 가끔 브라질 사람이 파는 곳이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가게 된다. 고정관념이란 참 희한하다. 일반적으로 주문 받는 사람, 서랍에서 꺼내어 기름에 넣는 사람, 튀기기만 하는 사람, 돈 받는 사람 등 분업되어 있다. 잘되는 곳은 하루에 3000개 정도 판다고 하니 정말 정신없이 돌아간다.


맛의 비결은 당연 좋은 반죽과 속 재료가 필수이지만 좋은 기름에 가장 빠른 시간에 알맞게 굽는게 비결이다. 주문 받은 사람이 기름에 넣어주면 보통 30초 이내에 수십번 뒤집어서 꺼내 준다. 어차피 속은 다 익힌것이어서 겉만 익히면 되기에 노랗게 익히기만 하면 된다. 기름이 많이 찌들지 않고 태우지 않아야 하는데 이거 보기와는 달리 시간과 적정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크기와 달리 속은 별로 없는데 튀기다 보면 부풀어 오르는데 모르는 사람은 그 크기에 기대를 많이 하나 실망도 크다.


훼이라는 돈은 벌지만 힘들다. 일주일에 꼭 하루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다니며 몇 곳에 장사 자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새벽마다 일어나 물건 챙기고 끝나면 오후 돌아와 일찍 잠들고 다시 새벽에 나가야 한다. 이런 반복된 일로 지쳐 후손에게 안 물려주려고 공부를 시키나 그래도 장사가 잘돼 다시 돌아온다. 운영 허가는 아는 사람끼리 물려주고 판매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이 특히 많은데 서로 정보 공유하고 아는 사람에게만 주고팔기 때문이다. 가장 브라질 냄새가 나는 훼이라. 시간 되면 꼭 한 번 찾아봐 흥정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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