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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입니다

by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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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장인이 몇 달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다. 내가 남을 많이 돕는다 생각했는데 정작 내 주위 사람은 못 챙긴다. 이게 내 한계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연락하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웃사촌 소식을 가장 늦게 듣는다.


뉴스를 다루며 매일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을 듣지만, 정작 이웃 소문은 모른다.


사실 다른 사람 일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각자 잘살고 있지 않을까?


사람을 못 알아봐 매정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인사 안 하고 아는 척 안 하고 휙 지나가 왕재수라는 소리 듣는다.


그런데 이건 오해다.


변명하자면 못 봐서 그렇다. 쉬지 않고 머릿속에서 해야 할 일과 생각이 가득 차서 그렇다. 특히 가족과 있을 때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주위를 못 본다.


SNS를 통해 나를 봤다며 길 가다 인사하지만 나는 정작 그를 모른다. 내가 아는 척해주지 않는다며 마음에 상처를 입는 단다.


이것도 분명한 오해다.


나도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사는 이야기 말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바쁜 삶을 이어가느라 숨 쉴 시간조차 모자란다.


누구는 일하고 쉬는 시간이 있다지만 내 시간은 왜 이리 짧은지. 분초를 다투며 살다 보니 그럴 시간이 참 없다.


평소 나를 깍쟁이라며 싫어하던 사람도 잠시 대화해보면 깜짝 놀란다. 생긴 것과 다른 내 모습을 봤단다.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데 매일 같이 다른 오해가 쌓여 이제 해명할 기회조차 없다.


참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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