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라질에서 만든 소주 Lako

by 손정수



어쩌다 쓰게 된 세 번째 브라질 술 이야기


브라질의 정통 술 까샤샤(Cachaça).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로, 특유의 향이 있고 도수가 높다. 잘 숙성시키면 위스키에 버금가는 깊은 풍미를 내기도 한다.


얼마 전 여행지에서 다양한 까샤샤를 판매하는 매장을 들렸다. 오크통에서 8년간 숙성한 것, 옥수수를 넣은 것, 꿀을 더한 것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술을 마시지 않지만, 아버지께는 무척 흥미로운 가게였다. 결국 한 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 향을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술이었다.


며칠 전에는 브라질 남부 지방의 ‘Lako’ 양조장 대표가 가게에 들렸다. 한국의 소주를 참고해 만든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었는데 사탕수수로 만든 주정에 쌀 추출물을 더해 부드럽게 완성한 술이었다.


향은 은은했고, 맛은 마치 까샤샤를 순하게 희석한 느낌이었다. 작은 공방의 수제품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전국 유통망을 가진 제법 큰 회사라 시간이 지나면 이 소주 꽤 많이 퍼지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소주’는 내가 아는 것만 다섯 가지가 넘고, 수입품도 예전엔 참이슬처음처럼 두 가지뿐이었는데 이제는 열 가지는 족히 넘을 것이다.


요즘엔 과일맛 소주도 인기가 많다. 재밌는 건, 아무리 싸고 잘 만들어도 브라질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소주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작은 병 하나에 ‘한국의 감성’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술은 많이 마시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이렇게 소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건 또 하나의 한국 문화 수출의 길이 열리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하지만, 문화의 향은 천천히 스며든다는 생각이 든다.


20251017_155016.jpg
20251017_214606.jpg
20251017_214543.jpg
20251017_214558.jpg
20251014_14022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짜가 가짜를 만들고, 사람이 죽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