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파울루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마실 물이 없다.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데이터를 찾아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상파울루의 기후는 참 아이러니하다. 2020년에는 7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도심이 물에 잠겼고, 길이 끊기고 교통이 마비되어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물 한 방울이 귀하다.
‘이러다 사람이 못 사는 도시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폭우 때는 잠기고, 가뭄 때는 마실 물이 없고, 이 두 극단을 계속 오가며 시민들은 지쳐간다.
지금 상파울루의 물 사정, 숫자로 보면 더 암담하다. 상파울루 광역권 인구는 약 2,262만 명. 이 거대한 도시의 중요한 생명줄 중 하나가 수도국(SABESP)이 관리하는 칸타레이라(Cantareira) 시스템이다.
여기서만 62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한다. 2015년 최악의 가뭄 때 이 수위가 5%까지 떨어졌던 걸 기억하는데, 지금 강우량이 이대로라면 그 악몽이 다시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10년 동안 비가 평균 이하로만 내렸다는 사실도 무섭다.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지 않고 있으니, 상수원 수위는 빠르게 비상 단계로 떨어진다.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미 시작되었다. 물이 부족하니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게 야간 수압 감축이다.
정부는 “단수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고지대나 오래된 건물에서는 밤에 물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일이 흔하다. 사실상 단수나 다름없다.
브라질이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물이 줄어들면 전기도 덜 나온다. 가뭄이 길어지면 물 부족 + 전력난이 동시에 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대응은 ‘임시 처방’에 가깝다. 2025년 들어 SABESP는 수도권 전역에 비상조치를 내렸다. 야간 수압 감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게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한다. 수위가 더 내려가면 2015년처럼 “일주일 중 닷새 단수” 같은 극단적 조치가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이제 상파울루의 물 문제는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단순히 밤에 물 잠그는 수준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새로운 수원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시민이 물 아끼기 문화도 정착 되어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폭우가 오면 도시가 잠기고, 비가 오지 않으면 도시가 마른다.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상파울루는 지금 버티고 있는 셈이다.
빨리 비가 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