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고, 끝

by 손정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글을 쓰든가 요리를 한다. 요리는 매일 업으로 하고 있어 이번에는 글로 먹는 이야기를 조금 하겠다.


1. 브라질 음식이 남미에서 가장 한식에 가깝다. 일단 흰쌀을 주식으로 먹고 검은콩(훼이정)을 삶아 고기와 곁들여 먹는다. 여기에 상추, 토마토, 양파를 내놓는 샐러드는 잘 어울린다. 가장 궁합이 맞는 음료로 과라나가 딱이다. 평일에는 5~6불로 점심을 먹는다.


2. 요일에 따라 나오는 음식이 다르다. 월요일에는 미나스 음식, 수요일에는 훼이조아다, 금요일에는 생선 요리가 주류다. 파스타가 나오기도 하고, 꼬리찜이나 갈비 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식당마다 정하는 요리가 다 달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3. "얘들이 만지오까만 먹어요." 브라질 직원이 파라과이에서 온 직원이 만지오까를 계속 먹는다고 희한하다 말한다. 그들은 브라질과 달리 쌀밥이 아니라 만지오까를 삶아서 또는 튀겨서 먹는다.


4. 브라질 쌀은 밭에서 재배하여 찰기가 없다. 기름에 볶다가 물 넣고 삶는 것이라 우리 입맛엔 좀 심심하다. 그래서 소금과 마늘을 넣어야 한다.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쌀은 당연히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상품을 내놓아 일본어가 떡하니 쓰여 있다. 언젠가 우리 한글도 실릴 수 있을까?


5. 일주일마다 열리는 장에서 먹는 파스텔 튀김도 별미다. 하나당 2불 안팎으로 팔리는데 웬만해서 한 번 시장이 열리면 500~3000개씩 팔린다고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맛은 고기, 닭고기, 피자, 치즈 등 다양하다.


6. 거래처 정육점에서 연말 선물로 피카냐(Picanha) 부위를 보내줬다. 이게 별미다. 브라질 고기 중 이 부위가 정말 맛있다. 센 불에 구워서 토마토와 양파를 곁들여 먹으면 이게 바로 천국이다. 리가토니에 베샤멜 소스도 잘 어우러진다.


7. 브라질 북부 지방 특산 과일이라며 세리겔라(seriguela)를 준다. 맛은 시큼하고 씨앗은 크다. 4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 못 먹어본 과일이 수두룩하다.


8. 연말이라 벌써 수백만 시민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오늘까지 마지막 장사를 하는 곳도 있고. 물론, 우리는 계속한다. 다음 주와 새해 주에도 딱 이틀씩만 문을 닫는다.


9. 먹는 장사가 이래서 힘들다. 직원도 한둘 말썽을 피우고 빠지고 퇴사한다 하고. 하여간 내 몸에 사리가 한둘 늘어나고 있다.


10.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올해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 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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