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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떠는 브라질

눈 내리고 집안이 더 춥다

by 손정수

지구 가운데를 질러가는 적도는 태양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태양 빛을 가장 많이 받는다. 따라서 이곳은 1년 12 달 날씨가 덥다. 반대로 북극이나 남극처럼 적도에서 먼 곳은 춥다. 적도에 위치한 나라들은 무척 덥다. 얼마나 더우냐 하면 대낮에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히고 땀이 정말 비처럼 내린다. 보통 적도 부근에는 높은 온도보다는 고습도(98%)가 사람의 진을 뺀다. 브라질은 전국이 대체로 날씨가 덥다 특히 북부 지방은 적도 바로 밑에 있어 상당히 덥다.


인구가 가장 몰려 있는 중 서부와 남부는 대체로 서늘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쌍빠울로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편성된 도시들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높이 해발 700m에 있어 해안 도시와 비교 평균 온도가 3.5도가량 낮다. 예로 한여름에 리우데자네이로 같은 해안 도시들은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긴다. 말이 40도지 이런 날 긴바지 입고 걷다 보면 1~2kg 는 그냥 빠진다. 그러나 쌍빠울로 같은 도시들은 35도를 넘기지 않으며 여름에는 습도가 낮아져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하다.


매년 여름만 되면 세계에서 브라질 더위를 즐기려고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유럽, 미국 등 북반구에서 온 관광객은 강렬한 햇빛과 5천 km에 달하는 해변을 가진 브라질을 부러워한다. 관광객들에게 더 없는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아마존같이 적도 바로 밑에 있는 곳은 1년 내내 덥지만, 브라질도 겨울이 있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더운 나라로 알려진 브라질이지만 이곳에도 분명히 겨울이 있고 춥다. 브라질은 연간 평균 기온은 23-24로 대체로 따뜻하며 4계절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계절이 뚜렷하지 않다는 말은 환절기가 확실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창 겨울인 8월 오후 날씨가 갑자기 26도를 넘는 경우도 있고 한여름인 12월 새벽 날씨가 영상 10도를 기록하며 가을 날씨 같이 춥기도 하다.


영상 10도가 뭐가 추울까 그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들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영하 30도에서도 내복 차림으로 군단장을 몇 바퀴...” 하는 말을 한다. 그러나 브라질도 춥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상 10도가 안 춥다는 사람들 그럼 집에서 에어컨을 10도에 맞춰놓고 살아보시길. 추운 이유는 한국처럼 겨울에 눈이 오고 온도가 영하를 밑도는 나라에서는 일단 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추운 바깥 날씨를 차단하고 집안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난로, 온돌방 등등이 있다. 그러나 브라질은 아쉽게도 난방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춥더라도 그냥 몸에 걸치고 있는 옷들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옷들이 솜이나 털가죽으로 만든 옷들은 없다. 그저 약간 두꺼운 옷 뿐이다. 난방 시설이 없는 이유는 대체로 날씨가 따뜻해 필요 없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도 길어봐야 3~4달로 짧기 때문에 난방시설이 따로 없다. 또 아무리 겨울이라 해도 햇볕이 나는 오후에는 대체로 따스한 편이다.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 도시들은 여름에는 습도가 낮아져 시원한데 겨울에는 반대로 습도가 올라가며 엄청나게 춥다. 아무리 영상 온도라 해도 10도는 춥다. 그냥 긴 팔 하나에 잠바 하나 입고 있으면 뼛 속까지 추위가 들어오는 기분이다. 또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몸에 열을 지필 방법이 없다. 모두 그냥 각자 자신의 체온으로 겨울을 나는 것이다. 한국이야 집안에 들어가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만, 이곳은 유일하게 따뜻해지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재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추운 날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이불은 몇 겹을 덥고 장갑 끼고 심지어는 두건까지 쓰고 잠자리에 든다.


새벽에는 영상 4도까지 내려가는데 두꺼운 솜털 이불이나 전기장판이 또는 내복이 있으면 좋으려나 그런 것 겁 없이 체온으로 견뎌 내야 한다. 따라서 처음 브라질에 온 사람들에게는 쉽지가 않다. 열대 지방 나라이다 보니 집안은 통풍이 잘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집안 자체가 엄청난 냉기를 뿜어낸다. 더 어려운 것은 브라질에서는 하루에 최소 두 번씩 샤워하는데 아침마다 추운 겨울날에 냉랭한 화장실에서 졸졸 나오는 샤워기로 샤워하기란 쉽지 않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집에 가스보일러를 달아 놓아 뜨거운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지만, 브라질 대다수의 집에는 전기로 하는 샤워기가 있다. 220v로 연결되는 샤워기는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데 가끔 감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첫해는 무사히 견디지만 1년만 지나면 바로 브라질 사람처럼 추위를 느끼게 된다. 한여름에는 비가 오랫동안 내리다 보면 가을 날씨처럼 써늘 해지기도 하는데 뭐 이까짓 것 하고 견디다가 폐렴에 걸린 사람도 봤다.


겨울만 되면 남극과 가깝고 높은 산이 많은 브라질 남부 지방에는 눈이 내린다. 지속해서 며칠 내리는 게 아니라 단 며칠 내리는 것인데. 눈이 내리면 전국에서 눈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몰리기도 한다. 남부 지방 사람들을 제한 브라질 사람 대다수는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에 엄청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 날씨이지만 더 희한한 것은 4계절 날씨를 일 년 내내 거의 매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평균 날씨로 보면 대체로 아침에는 가을처럼 시원하고 오후에는 여름처럼 덥고 저녁에는 봄처럼 따뜻하며 새벽에는 겨울처럼 추운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운 날씨에 대한 정보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얼마 전만 해도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러 추운 겨울에 가죽점퍼를 입고 공항에 가 보면 짧은 반 팔에 반바지 입고 문을 나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이곳이 1년 내내 더운 나라인 줄 알고 한국에서부터 여름옷만 준비해 온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은 공항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물론이지만 브라질이 왜 춥냐며 사기당했다며 목소리 높여 항의하는 황당한 사람도 있었다.


쌍빠울로는 여름이라도 비가 오거나 아니면 봄. 가을 때에도 저녁에는 약간 쌀쌀해진다. 그리고 해변이 없는 국제적인 비즈니스 도시이다 보니 긴소매와 긴 바지 차림을 많이 하는데 손님들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휴양지에 온 것처럼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뭐 더운 나라니까 그렇게 입고 나오겠지만 밤만 되면 서늘해지는데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민망해질 때도 있다. 하여간 덥지만 춥기도 한 브라질 우습게 보지 말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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