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 희 Oct 28. 2024

울아버지의 준비 못한 시간 속에서

흩날리는 시간  ( 내 이리 오래 살 줄은 ... )

을해생, 울 아버지는 2024년에 구순이시다(정부에서는 한 살을 줄여 줬어도 아직 어르신들은 현실적인 체감이 안되는 듯하다). 그만큼 삶에 대한 의지는 줄고 두려움커가고 있다. 그래서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른 것 같다.

 아버지는 밤에는 숙면을 못 하신다.  본인 말씀으로는 잠이  온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볼 때 잠이 많은 분이셔서 이해가 어렵다. 오히려 낮에는 계속 졸려 하시거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 지내는걸 즐기신다. 신경내과 원장님은 치매의 증상일수 있다고 걱정해 주시는데, 식구들은 '오래된 습관이 더 나빠지고 있나 보다'라고 짐작하고 있다.

 낮에는 식탐 때문에 계속 간식을 드시다보니 식곤증이 올 수 밖에 없고, 누워 지내기 좋아하신 할머니께서 늘 권했던 '식후 누워 쉬기'는 유일한 취미생활이신 거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최악의 고행이자 불필요한 삶의 일상으로 치부하신다. 그래서 아버지의 시간은 바람 타고서 흩날려 가는 것 같다.


운동하시자고  사정하면, " 내가 왜 이렇게 힘이 없냐 " 한탄하시면서 패스~

같이 인지게임 해 보자고 제안하면, " 내가 왜 이것도 안되냐 " 짜증 내시면서 패스 ~

당뇨와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셔서 식이조절 해야 한다고 참견하면, " 내 맘대로 먹는 것도 안 되냐 " 며 삐지신다.

그렇게 소중한 하루하루가 유익함 없이 반복되고 있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흙을 밟고 서 있기라도 하실 때면, 다리의 힘이  아닌 지팡이에 의지하려 하신다.

주체적인 삶이 아닌 타성에 의지해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찾기 보다는 순간의 즐거움이 더 중요하신 아버지의 남은시간을 딸로서 기록해 드리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