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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rA May 23. 2023

닫다. 그리고 닿다

닫힘=열림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무리 지어 살지만,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고립된다고 느끼는 복잡한 존재다. 타자와의 관계가 보이지 않는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엮인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에 더 처절하게 노출돼 있다.  


조그만 물체로 귀를 틀어막고 사각 물체에 눈을 고정하다시피 한 우리, 어찌 보면 외부 세계와 자발적인 차단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사실 우리는 사각물체가 인도한 가상의 공간에서 쉴 새 없이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한계를 설정할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낯선 세계, 낯선 언어, 낯선 이상을 추구하며 자신을 무한대로 확장하려 한다. 하지만, 무차별하게 전달되는 이질적인 외부의 자극과 경계 없는 연결망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욱 개별화시키고, 고립시킨다. 광범위한 연결이 광범위한 단절을 유도하는 셈이다.

 

우리는 수시로 단절되고, 수시로 단절한다. 그렇지만 갇히진 않는다.  또 다른 연결을 시도한다.


8번가 갤러리는 ⟪닫다. 그리고 닿다⟫ 주제로 현대사회 단절의 단면을 여러 각도에서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영신, 안미선, 오길석, 이무웅, 원상호 작가는 각자가 정의하는 고유한 단절에 관한 힌트를 작품 곳곳에 새겨 넣었다. 어둠을 품고 있는 낡은 벽, 난해한 표정의 고양이, 무채색의 담장, 끝없이 연결되는 선, 그리고 사각 안의 또 다른 여러 형태의 사각 블록…  


하지만, 5인 작가는 단절을 영원한 ‘닫힘’으로 끝내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단절의 입구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8번가 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각각의 작품을 글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동일한 키워드를 가지고 작품과 글의 연결을 시도한 일종의 ‘열림’ 작업이다. 5인의 작가가 의도한 새로운 그곳에 닿으려는 또 하나의 가이드라고 보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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