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또 난리냐고요?

외환 전문기자와 장 보기 7탄

by yErA

글로벌 금융시장이 제대로 발작을 일으켰고, 국내 금융시장은 이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오늘 3.5% 급락해 2020년 8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달러/원 환율은 한때 20원 폭등해 1290원대를 넘보려 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약 10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가 주범이었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6% 상승해 4월 수치인 8.3% 훌쩍 넘어 근 41년 만의 최고치라는 기록적인 결과를 썼다. 전달에 비해서도 1.0% 올라 4월 수치인 0.3%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가 4월에 정점을 찍었을 것이라는 기대는 순식간에 공포로 돌변했고, 고물가 악령에 휩싸인 국내외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사실 최근까지 금융시장은 물가 정점이 확인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에 살짝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50bp 금리를 인상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이 앞으로 더 강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 즉, 75bp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했고 시장은 서둘러 이를 반영하느라 애를 먹었다.


연준이 그간 시장과 소통해온 내용을 보면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책회의에서는 50bp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7월 '자이언트 스텝' 인상, 즉 75bp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확률은 50%를 넘어섰고, 9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연준 정책금리 목표치는 0.75-1% 이지만, 연말 최소 3.25-3.5%까지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영국, 호주 등 대부분 국가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물가는 계속 올라가다 보니 주요국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등 강력한 돈줄 조이기 정책을 시행하고 이로 인해 경기 위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주말에 발표됐는데 역대 최저치였다. 그만큼 경제 여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 달 전 1290원대로 급등했던 달러/원 환율은 오늘 1288원선까지 올라 전고점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다시 1300원대를 가시권에 뒀다. 그때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이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 상승세를 부추겼고 그 과정에서 달러/원은 매섭게 올랐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고, 물가 안정을 위해 연준이 금리인상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을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면서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은 더 강해졌고 투자심리는 더욱 취약해졌다. 1998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한 달러/엔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도달하지 못할 영역은 없어진 듯하다.


또한 잠시 시장을 안심시켰던 중국 리스크도 재부상했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 확산되면서 지역 봉쇄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달러 강세에다 위안 약세까지 더해져 원화는 더욱 정신이 없게 됐다.


오늘 달러/원 환율이 1290원대에 진입하려 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쏠림을 공식적으로 경고하며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시장 안정조치를 통해 환율을 1280원대 중반으로 끌어내렸다. 이에 환율은 잠시 상승 속도를 줄였다.


환율이 1300원을 넘는다 해서 위기가 들이닥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환율이 1300원대에서 거래됐던 때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라 이 레벨이 갖는 의미가 가볍지는 않겠지만, 그때와 지금의 경제와 시장 체력은 분명 차이가 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될 때 원화가 거센 소나기를 피했던 적은 없었다. 외환시장 전반의 큰 방향을 결정지을 연준 정책회의가 있는 이번 주 원화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그전까지는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동성이 큰 움직임은 감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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