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대 시대.. 시장 한번 볼까요?

외환 전문기자와 장 보기 8탄

by yErA

오늘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로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1300원대에서 거래됐던 적이 없는 만큼 이 레벨 자체가 지니는 의미가 크다. 그때 시절을 떠올리면 외환시장은 공포에 떨면서 난리가 났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외환시장은 겉에서 보기와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기록적인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서둘러 돈 줄 조이기에 나서자 국제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며 변동성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달러지수는 20년 최고치로, 나스닥지수는 전고점 대비 30%대 추락했다.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2만 달러 아래로 미끄러지는 등 그간 저금리 여건에서 위력을 떨쳤던 자산 가격은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저성장 테마는 에너지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를 날렸고, 코스피와 원화는 제대로 약세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코스피는 바닥 없이 추락하며 올해 20%대 급락해 2008년 이후 최대 하락률을,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율은 27%대로 2009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환율 상승률은 9%대로 작년에 이어 2008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크다.



▲ 예측 어려운 미지의 영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75bp 인상해 1994년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고, 이어 스위스 중앙은행마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깜짝 50bp 금리를 인상하자 국제 금융시장은 통화긴축 발 경기 침체 우려에 본격적으로 떨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와 보폭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수출주도형,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구조상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은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1300원대로 오르자 이제부터 단순하게 시장 전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시장 내 불확실성의 정도가 훨씬 커진 셈이다. 현재로선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지에 대한 전망 자체가 어려워졌다.




▲ 핵심은 달러 사정


그런데 오늘 외환시장에서 공포심리가 확산되지 않은 데는 그간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이미 반영됐던 데 따른 효과도 있지만 이보다는 국내 달러 사정에 이렇다 할 이상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인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야 할 때, 그리고 빌린 달러를 갚아야 할 때, 즉 달러 자금시장에서 달러를 주고받는 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물론 환율이 쉴 새 없이 급등해서 달러 사정을 악화시킬 유인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외환시장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고 느껴 국내 투자한 자산에 대한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이때 보유한 달러로 감당할 수 없을 때 위기로 번진다.


하지만 지금 외화자금시장의 스트레스 수준을 알리는 지표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양호하다. 2020년 3월 코로나 공포가 절정이었을 때에 비해서도 좋다.


최근 환율 상승을 이끈 주된 요인으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자금이 꼽힌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올해 초부터 오늘까지 약 19조 원 상당의 매물을 쏟아냈고, 이번 달에만 5조 원을 순매도했다. 외인들이 주식을 판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다 보니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로 인해 환율은 상승한다. 물론 이러한 달러 수요 때문에 외환시장 내 긴장감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달러 유동성에 문제를 촉발시키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



지금 상황이 이렇더라도 현재 외환시장은 긴장감이 높고 조심스러운 국면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고유가를 비롯한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세가 진행형이고, 전 세계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다 보니 우리나라는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보다 외부로 줘야 하는 달러 수요가 커지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 레벨에 공포를 대입할 필요는 없더라도 향후 경제와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물론 시장이 더 어려워질 리스크도 말이다.


(그래프- 한국은행 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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