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분이 "브런치는 글을 읽는 사람보다 자기 글을 쓰는 사람만 남은 것 같다"라고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 생산자로서만 브런치를 방문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매일 잠시라도 브런치를 찾는 이유는 글을 소비(글을 보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만요)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작가님 글을 단순히 기웃거리며 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긍정적인 의미의 '날 것'같은 글(전문적인 글도 물론 포함해서요)이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자면 제가 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원하는 것일 수도, 굳이 원치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제가 느낄 수도 풀어낼 수도 없는 여러 색채의 감정들, 얕고 평범한 시선으로는 절대 보지 못할 삶의 깊은 단면들, 그다지 감성적이지 않은 제게도 울림이 있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들, 문득문득 발견하는 기가 막힌 단어와 문장들...
사람은 적당히 모를 때 가장 용감하지 싶습니다.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호기를 부리던 저는 요즘 머뭇거리는 중입니다.
신이 주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대가들이 쓴 글 앞에서 수없이 압도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여러 글들 앞에서 끝없는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그러면서 훅 밀려온 열등감에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고 해야겠습니다.
남들보다 물욕은 없지만 글욕심이 많은 탓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제 글 창고가 너무 빈약하고 텅 비어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기억창고가 함께 흐릿해지는 것도 문제이고요.
이럴 때 브런치 글의 소비자로서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습니다.
다른 작가님의 글을 공감하고, 때로는 질투하면서 한동안 머뭇거려 보려고요.
비움이 채워질 때가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