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rA Feb 02. 2023

Zero to One

"당신이 이제껏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이 있습니까?"


어지간한 질문에는 잘 당황하지 않는 나다.

직업상 남들이 쉽게 피해 가지 못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만드는 게 일이지만,

그러면서 애매한 질문을 애매하게 넘기는 요령도 함께 익혔다.


하지만 어쩌다가 마주한 꽤 원론적인 이 질문 앞에서 난 적잖이 당황했다.

절대 짧지 않은 나의 사회생활이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차르륵 펼쳐졌지만,

'그래! 바로 이거지!'라고 할 만한 구간이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아니, 그럴 리가... 다시 생각해 보자!'

지난 시간을 열심히 되감아본다.


어떻게든 포장하면 뭐라도 나오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의지력과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잘 버틴 것 이외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나의 시간과 경험이 확장되기는커녕 결국 매번 같은 트랙을 돌고 돌면서 '무'로 수렴 중이라는 걸까?

정말 난감하다.


꽤나 허탈하고 답답한 마음에 한창 몸과 마음이 성장 중인 약간은 정체가 애매한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들, 엄마가 이제껏 zero에서 one을 만든 게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

"왜 없어?"

"아냐, 진짜 없어. 이제껏 뭐 한 거야?"

"있는 것 같은데..."

"뭔데?"


"나!"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왜 더 바쁘려고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