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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rA May 29. 2023

엄마는 왜 더 바쁘려고 해?

이별연습

물리적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고,

지식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을 테고,

마음의 눈높이마저 이제 엇비슷해진 아들이 하루 내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왜 더 바쁘려고 해? 퇴근한 뒤에는 좀 쉬고 싶지 않아?"
"아직 자아실현이 안 돼서 그렇다. 왜?"

 

느긋하게 쉬는 여유보다 바쁜 일상을 즐기고,

정신없는 시간 사이에서 잠깐 주어지는 쉼이 더 매력 있고,

성실한 노예 근성에 더해 실제로 원대한 꿈을 아직 이루진 못한 이유가 있긴 한다.

하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가 요즘 들어 더 바쁘고 싶은 이유 말이다.


나의 일상을 꽉 채운 아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모래시계 안의 모래처럼 스르륵 빠지고 있고,

나는 그 비움을 다른 것으로 채우는 중이다.


아이의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나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네가 성장하면서 엄마에게 되돌려준 시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꽉 채우려고 해. 당당한 이별연습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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