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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rA Nov 05. 2022

기억의 재구성

시선을 되감아 기억을 종종 재구성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다행히 '만약에 함정'에 빠지진 않는다.

만약 '그 결정을 했더라면', 또는 '그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하고 아쉬워하거나 자책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꽤 괜찮은 결정을 하고, 또는 최악의 결정을 하지 않은데 대한 안도와 행운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크다.


나의 시선이 이처럼 종종 거꾸로 되감기는 데는 올해의 끝이 점점 가까워지는 계절 탓도 있겠지만, 나이를 너무나도 꼬박꼬박 잘 먹은 이유도 있을 테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곡차곡 쌓인 나의 이야기들을 선택적으로 꺼내보는 회상의 작업들이 가능 이가 된 것이다.


이리저리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깔끔하게 한 자리에 모으고, 흐릿한 기억들은 조금 더 선명한 색깔로 덧입히며 혼자 웃고 울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여전히 그럴듯한 미래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현재를 몰아붙이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을 다시 읽고, 다시 보고, 다시 느끼며 거기에 한동안 머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했으면서도 내가 속한 분야 일인자가 되어 있기는 커녕 가당치 않게 아직도 갈 길 몰라 방황하는 나를 마주할 때 기억의 되감기는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그러면서 기억의 창고에서 그때 그 시절의 나의 행적에 대한 조각들을 찾기에 열을 올린다. 


난감하지만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어설픈 욕심을 장착한 내가 뭐라도 했을 텐데 말이다.

 

그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에 시선이 꽂힌다.

나의 짝꿍은 아니다. 나의 단짝은 나의 진로를 항상 같이 고민하고 열심히 지원 사람이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게 모성의 시계를 장착한 아들이다.

애초부터 엄마 노릇에 딱히 재능이 없었던 난 모성의 시계가 작동하는 순간부터  내 시계를 잘 쳐다보지 않았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나의 큰 도움 없이도 아들의 시계가 잘 작동하는 것을 본 이후부터 난 내 시계를 점검하고 수리하기 시작한 셈이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나의 선택적 기억은 그렇다.

 

앞서도 말했듯이 '만약에 함정'에 빠질 생각은 없다. 오히려 모성의 시계 때문에 난 충분히 차고 넘치는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쌓아두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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