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의 『이직이야기』 1

1.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by 이직요정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내가 배운 기술로는 게임 개발은커녕, 개발자로의 취업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당시엔 내가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신입이라면 누구든 취업이 힘들다.”


그랬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공부를 더 할까 하는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취직하고 돈 버는데',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닌데'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일단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리스트를 뽑는 것으로 시작했다.

할 수 있는 일:
웹/앱 개발(초급/신입),
(게임/전산/콘텐츠) 기획,
(IT/기술/해외) 영업,
CS,
콘텐츠 편집,
해외 사업부,
경영지원 등
(* 실제 구직활동 중 지원했었던 분야)

다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연관 있는 구인공고를 찾아서 이력서를 넣었다. 수십 통을 넣었지만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했다. 신입이라 이력이랄 게 없으니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잘 써야 하는데, 솔직히 내가 지원하는 직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찾아봐도 잘 모르겠고, 내가 그곳에서 뭘 할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으니 잘 쓸래야 잘 쓸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쓴 합격 자소서를 읽어보면 태어날 때부터 그 기업, 그 직무에 가기 위한 사람 같았다. '나 같아도 이 사람 뽑겠다'싶은 글들을 보면서 처음엔 흉내 내어 써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서류에서 계속 떨어졌다. 떨어지고 나서 내가 쓴 자소서를 다시 읽어보면 쓸 때는 못 느꼈던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이런 식이면 죽어도 취업 못할 거야. 방법을 바꿔야 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기보다는, 나를 잘 표현할 수 있고 나아가 나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재미있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정말 소설 같은 자소서를 쓰기로 했다. 바로 키보드를 두들겨 큼지막한 사건 또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틀을 잡으니 초고는 순식간에 작성됐다. 수십 번의 수정 작업 끝에 ‘성장과정’과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두 편의 자소서가 완성됐다.


새로 만든 자소서를 바탕으로 입사지원서를 내기 시작했고 100%의 서류 탈락 비율은 98% 정도로 변화했다. 미미한 변화였다. 하지만 구직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와 자소서를 보고 연락 오는 회사의 빈도가 높아졌다. 그에 따라 면접 횟수도 점점 늘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최종 합격까지의 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던 것이다. 면접을 보면서도 '아 여기도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취업이라는 게 무조건 이력서만 넣는다고, 서류가 통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관심 없었던 곳은 면접 때 드러나곤 했다.


관심이 없으면 열정도 없다


무조건 일단 아무 데나 취업하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었다. 그래서 '(약간은 현실적인)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새로 만들었다. (실제로 내 능력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은 이보다 더 많았다)

(약간은 현실적인) 하고 싶은 일:
게임 개발,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전파 천문학,
작가,
통번역,
여행 가이드 등

이제 두 리스트를 조합해서 가장 현실적인 리스트를 최종적으로 뽑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 하고 싶은 일 :
게임 기획,
(뭐든) 개발

갑자기 확 줄어든 리스트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처음부터 정해진 것 같은 답으로 보였지만, 객관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이 둘 중 하나로 취업부터 해보자! 뭐든 해보면 어떤지 알겠지!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게임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게 된다.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채...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이직요정의 이직이야기,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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