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장 어려운 질문, 지원 동기
사회 초년생 시절 면접을 보러 갔던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새 직장에서 만나게 됐다. 그 회사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잊고 있던 그날의 면접 기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런 시절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 나는 개발직(프로그래밍)으로 한창 이력서를 넣다가 서류 전형 조차 통과가 안되니 기획직으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 때였다. 나는 '개발에 대해 아는 웹 기획자'라는 꽤 괜찮아 보이는 컨셉으로 그 회사에서 순조롭게 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왜 개발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러면서 왜 기획자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포장하지 못했다. 개발이 좋아서 배우기 시작했지만 취업이 안되니 기획자가 되려고 한다는 대답은 내가 하면서도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군데 면접을 가면 적어도 한 군데에서는 같은 질문을 받았다.
개발자가 되고 싶긴 하지만 어디든 빨리 취직은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쩌나. 하지만 취직을 위해 나 자신까지 부정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개발도 좋지만 기획도 좋다"라는 식으로 대답을 살짝 바꿨다. 만약 내가 면접에서 기획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고 타 부서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개발을 배웠다고 했다면 결과가 훨씬 좋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십 번의 면접 끝에 첫 사회생활은 기획자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저런 류의 질문을 포함하여 '지원 동기'는 가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직무라면 그것만큼 대답하기 쉬운 질문도 없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나 혹은 이 회사에 왜 지원하는 가에 대한 질문은 대답하기 참 어렵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하니 꾸역꾸역 아무 말이나 하면서도 '이렇게 간절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면접을 왜 보러 온 걸까' 하는 회의감이 종종 들었다. 아니, 애초에 지원은 왜 했던 걸까 하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가 회사에 지원하는 횟수는 반비례하여 줄어들었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 또는 직무가 아니라면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연봉이 높거나, 복지가 좋거나, 누구나 알만한 회사이거나. 이것이 곧 지원 동기였기에 이것을 제외한 ‘그 회사에 지원한 특별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면접관들이 원하는 대답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은 어떤 특별한 동기를 가졌었길래 그 자리에 있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지원 동기를 빼면 그다지 어려운 대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 제의가 들어와서 보게 되는 면접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그런데 얼마 전 면접 제안을 받아서 갔던 회사에서 뜬금없이 지원 동기를 물어왔던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고,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네.....?"
사실 회사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갔던 터라 더욱 당황했던 것 같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누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메일과 전화로 면접 제의를 받았고, 회사와 직무에 대해 궁금해서 왔습니다."
이번엔 면접관들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들 역시 어색한 웃음으로 상황을 만회하며 회사에 대해 설명해주며 면접을 이어갔던 기억이 있다. 꽤 최근 기억이라 아직도 당황한 그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내 표정도 그랬으려나.
아무튼 회사나 직무가 간절하지 않아도 취업이 간절하다면 그럴듯한 지원 동기는 하나쯤 지어서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겠다. '연봉이 높아서요'나 '복지가 좋아서요'라는 대답은 너무 뻔하기도 하고 면접관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신입 때는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회사가 1순위였는데, 요즘은 돈 많이 주고 야근 없는 곳만 찾고 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성공적인 취업/면접/이직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