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의 『면접이야기』 8

8. 제 이력서는 읽어 보셨나요?

by 이직요정

많은 면접을 겪어 보면서 가장 괜찮다고 느꼈던 면접은 내가 사전에 낸 이력서를 통해 나의 기본 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핵심 질문만을 했던 면접이다. 이런 면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보다도 더욱 간혹 발생하는, 도대체 나를 왜 이 면접 자리에 부른 건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드는 유형들, 혹시 다른 사람이랑 착각해서 날 오라고 한 건지 헷갈리게 만드는 면접도 있었다.

"컴퓨터 좀 하시죠?"

내가 지금까지 봐온 수많은 면접 중에서 가장 황당한 질문 베스트 3에 든다(나는 프로그래머이다). 면접관 앞에는 분명 내 사진이 박혀있는 내 이력서가 놓여있다. 여기서 말하는 컴퓨터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3초간 머리 굴리다 관두고 물음표 가득한 시선을 날렸다. 면접관은 다시 질문을 하는 대신에 자신이 원하는 사업 방향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요 몇 년간 해온 '프로그래밍' 직군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한참 듣다가 내가 해온 일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국 나는 도대체 왜, 나의 어디를 봐서 면접에 부른 거냐고 물었다.

"컴퓨터도 할 줄 아시는 것 같고, 이것저것 해보신 것 같아서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안서는 써보셨나요?"

나는 내가 추구하는 커리어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하고 급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독감 걸렸다는데도 마스크 쓰고 면접 오라고 할 때부터 걸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그동안 간혹 받아봤던 IT 관리직이나 QA 관련 직무는 이제 그나마 나은 케이스가 되었다.

사실 나도 이 사람들을 욕할 건 없는 게, 나도 면접 제안이 오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간다. 직접 가서 회사 분위기도 둘러보고 궁금한 것도 물어본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어쩌면 내가 먼저 지원하는 것보다 구직 사이트에서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해서 면접을 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내가 지원을 잘 안 하는 이유는, 내가 지원해서 가면 열이면 열 지원 동기를 묻는데, 나는 예전 글에도 썼다시피 그 지원 동기를 대답하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거짓말하기도 싫고, "제가 왜 지원했을까요? 네임밸류/높은 연봉/ 좋은 복지/그냥 한 거지"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나와 같은 구직자야 일단 취직이 급하니 어디든 부르면 달려간다 치더라도, 면접관은 그 경우가 좀 다르지 않나 싶다. 자기 회사 혹은 자기 팀이랑 일할 직원을 뽑는 건데 이력서도 제대로 안 보고 사람을 부르는 건 피차 서로에게 시간 낭비 아닌가. 그래도 덕분에 글 쓸 소재가 생겼으니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지만 황당하긴 하다. 앞으로는 전화로 회사 및 직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은 해두고 면접을 가는 걸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성공적인 취업/면접/이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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