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해외로 가다』
차일피일 비자 발급이 늦어지는 와중에도 나는 대만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 열심히 이력서를 넣고 있었다. 대만 기업들은 규모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연봉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한국에서 받는 것만큼의 금액을 받으려면 경력이 10년쯤은 필요해 보였다. 사실 대만이 좋아서 간다는 이유가 컸기 때문에 연봉이 당장은 큰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많이 받는 게 좋기는 하니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사실 나에게 오는 전화의 80%는 모르는 전화지만,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광고 전화지만, 일단 받는다.
"사이트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광고 전화 다음으로 많이 오는 헤드헌터로부터의 연락이었다. 대만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해외취업 준비 중이라며 에둘러 거절하곤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내 귀를 의심하게 되는 단어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력서를 보니 대만에 취업 준비 중 이신 것 같던데, 저희도 대만에 갈 사람을 찾고 있거든요"
심지어 근무할 회사는 내가 하루 전에 이력서를 넣었던 외국계 기업이었다. 그 회사에서 직접 온 연락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너무나 뜻밖의 전화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잠깐의 통화로 서로의 조건이 얼추 맞는다고 생각했고 당장 면접일을 잡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급했는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다시 전화가 와서는 오늘 저녁에 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빠른 진행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만나고 보니 사람 구하는 것이 꽤 급해 보였고, 내가 또 급하게 사람 뽑는 곳 안 좋아하지만 급여 조건이 너무 좋았다. 먼저 가기로 한 회사도 있으니 좀 고민해 볼까 할만한 여지도 없을 만큼 급여 차이가 났기에, 바로 수락해버렸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먼저의 회사에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 연락을 했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잘 됐다면서 자기네들도 비자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나중에 대만에 들어오면 회사로 놀러 오라고 하며 쿨하게 반응했다(훗날 나는 진짜로 이 회사에 놀러 간다).
새로 가기로 한 회사는 외국계 회사답게 많은 외국인을 받아봐서 그런지 비자 처리 자체는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다만 굳이 직인이 찍힌 영문 경력증명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이전 회사들에 연락해서 있지도 않은 영문 경력증명서 발급받느라 진땀 뺐다. 연락해야 할 회사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 더 힘들었던 것도 있다. 빠른 진행을 위해 영문 경력증명서를 내가 직접 만들어 직인만 찍어달라고 부탁하러 다녔는데, 그래도 다들 오랜만에 드린 연락에 반가워하시며 일 없으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이렇게 또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부탁을 하게 되다 보니 어디든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에서 정리가 필요한 일들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내 이렇게 해외로 일을 하러 가게 되다니.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 준비 없이 있었다면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을까?
이직요정은 당신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