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 해외로 가다』
드디어 그렇게 꿈에 그리던 해외취업의 첫발을 뗐다. 기분 좋고 설렜다. 2주간의 자가격리조차도 너무 즐거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대만이라니! 우육면!! 매일매일 밀크티!!!
이런 기분은 3개월 정도 간 듯하다.
여행과 그 나라에 머물며 사는 것은 다르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닐 줄 알았다. 생각보다 이런 기분이 빨리 찾아온 것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름 준비하고 왔다지만 이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고, 타국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많은 지출을 필요로 했다. 이제는 내가 원래 계약하기로 했던 회사에 예정대로 입사해서 현재 임금의 1/4 정도를 받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대만의 여름은 어찌나 더운지, 또 바퀴벌레는 왜 이렇게 크고 많은 건지. 여행으로 충실히 쌓아왔던 대만에 대한 환상과 기대는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해외 생활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5년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신감과 기대는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그럼 직장 생활은 어떨까.
해외에서의 직장 생활을 자주 상상했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외국어로 소통하며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멋진 모습, 수평적인 조직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대등하게 조율해가는 모습, 워라벨(work and life valance)이 확실해서 퇴근 후의 삶을 즐기는 모습 등.
직접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새삼 깨닫고 있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말이 안 통해서 맨날 싸우는데, 외국어는 오죽할까 하는 것을, 자율의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어디든 서열은 존재한다는 것을, 어느 회사든 야근을(심지어 주말 근무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게다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행동, 방식, 생각의 다름도 무시할 수 없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이해하고, 아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가끔씩 당황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이곳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 이런저런 회사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에서 화상면접을 볼 때 늘 궁금했다. 대만의 회사는 어떨까? 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사무실 분위기나 구조, 면접 상황만을 비교해 놓고 봤을 때 이야기다).
원래 입사하기로 했던 회사에 놀러 갔었다고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했었다. 그때는 놀러 오라는 말이 그냥 해보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만 입국 후에 정말 연락이 와서 나도 진짜로 놀러 간 적이 있다. 나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던 인사담당자가 나를 보고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줄 알았다.
대만 사무실의 모습이나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뭔가 신기함을 느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면접관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면접 모드로 바뀌어 내 경력과 기술에 대한 질문을 와다다 쏟아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질문이었고, 나도 늘 하던 대로 대답했다. 대만의 물가 등에 대해 느낀 점들을 얘기하며, 이전에 얘기했던 연봉으로는 생활이 힘들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면접관은 내가 이 회사에 온다고 한다면 연봉을 조정해 보겠다고 했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당분간은 회사를 옮길 생각이 없다. 아무래도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해야 할까. 외국인으로서 해외에서 생활하는데 비자는 기본이면서 가장 큰 문제이고, 직장은 비자와 직결되는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쉽게 때려치우기 어렵다. 여기도 물론 많은 직장이 있겠지만, 고액의 외국인을 덜컥 채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대만의 경우 외국인 채용을 위한 최소 연봉이 현지인의 두 배이다. 이 연봉 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결론은, 이상과 현실은 다르더라는 뻔한 얘기다. 그게 싫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나씩 몸소 체험해가며 깨달아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남들이 백날 말해봐야 귓등으로도 안 듣고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그런 듯 싶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통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혹여나 해외취업을 앞두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고 넘기시고, 일단 도전하시길!
여행과 그곳에서의 삶은 다르다지만, 이미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는 했지만, 나는 그래도 기대를 걸어본다. 이곳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면 나는 다시 여행자처럼 이곳에서의 삶을 즐겨볼 예정이다. 선선함이 찾아올 계절엔 코로나도 한풀 꺾여 있기를 바라며.
이직요정은 당신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