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 해외로 가다』
나는 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꾸 떠돌아다니려고 하는 걸까.
원해서 와놓고 오자마자 떠날 생각부터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다.
한 곳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다른 곳이 궁금해지고, 하던 일이 익숙해지면 다른 일이 해보고 싶어 진다. 어쩌면 내 잦은 이직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적응도 빠른 편이라 그 주기도 길지 않은 것일 테고 말이다. 다행인 건, 내가 하는 개발이라는 일은 같은 언어를 쓸지라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그 방법에는 차이가 많이 나니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따라 떠돌던 프리랜서가 나에게 딱 맞았던 것이고 말이다.
호기심이 좀 더 확장되어 해외로 나오게 됐다. 조금 지내보니 또 금방 적응했다. 가보고 싶은 곳들을 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5년은 있어야지 했던 대만에서의 계획을 2년으로 축소하고, 다음 목적지 리스트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목적지 리스트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가장 살아보고 싶었던 세 곳을 골라놓은 정도이다.
첫 번째 후보지는 원래 가려고 했었던 독일인데, 정확히는 유럽을 가고 싶은 것이다. 10대 때부터 버킷리스트 1번이 유럽여행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못 해봐서 한이 맺혀있달까. 그중에서도 독일에 가겠다고 정한 이유는,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고, IT 관련 일자리가 비교적 많은 것도 한몫했다. 독일에 일자리와 생활 터전을 마련해놓고 국경을 넘나들며 유럽을 누비고 다니고픈 소망에서, 리스트의 첫 번째는 독일로 정했다.
다음 후보지는 미국이다. 미국이라기보다도 실리콘밸리가 목표다. 나도 나름 개발자니까 한 번쯤은 실리콘밸리를 밟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 세계의 개발자들은 어떻게 일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창업 열기가 넘치는 그곳에서 한 번쯤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비록 살벌한 집값에 캠핑카에 지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마지막 후보지는 캐나다이다.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더운 나라에 있다 보니 추운 나라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니까 얼마나 살기 좋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미국과도 가까우니 그냥 통으로 싸잡아 여행도 다니고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쓰다 보니 좀 허황되어 보이기도 하고 너무 현실성 없나 싶기도 하다. 셋 중에 하나만 가겠다는 게 아니라, 순서를 정하겠다는 거라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이 아닌가. 해보고 싶은 건 할 수 있을 때 다 해볼 거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삶이 좋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 같다. 다만 이런 엄마를 따라다녀야 하는 아이에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야 어디에 내놔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아이에겐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와 성격이 같지는 않지만(같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적응력 하나는 끝내줘서 감사하고 있다.
요즘 <<먼 나라 이웃나라>> 책을 함께 읽으면서 여러 나라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계획이라는 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니까, 아이가 정말 꼭 가고 싶다는 곳이 있다면 나의 목적지 리스트를 수정할 의향도 있다.
이직요정은 당신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