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 해외로 가다』
임신했을 때조차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예정일 한 달 앞두고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일찍 세상에 나오게 된 이직요정 주니어.
자유로운 영혼의 이직요정은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많은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아이와 잠깐 외출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아무 준비도 안된 초보 엄마에게 육아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이 막중한 장기간의 도전 과제 느낌도 들었다. 이직요정이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직요정이 맨날 직장을 갈아치우고 있는 동안 아이는 쑥쑥 커갔고, 어느새 다섯 살이 되었다. 도리도리 짝짝쿵만 해도 기특할 시기를 지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을 찾았다. 캄캄하고도 서늘한 낯선 장소에 무서워하기도 잠시, 아주 즐겁게 첫 영화 관람을 마쳤다. 그 뒤로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영화관에 가곤 했다. 같은 영화를 세 번이나 본 적도 있다. 아이가 좋아하니 자주 간 것도 있었지만, 나 역시도 그동안 이런 외부 활동이 너무나 간절했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이 이전만큼 힘들지 않다 보니 이제 여행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조금씩 먼 거리도 다니기 시작했다. 왕복 8시간의 무주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이제 비행기를 타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일단 처음이니 가볍게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생애 첫 비행기 안에서 귀가 멍멍하다고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며 아직 비행기는 너무 일렀구나 싶었다. 근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그새 익숙해진 건지 젤리만 오물오물 먹는 아이를 보며, 나는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첫 해외여행이었던 오키나와행 비행기 안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아비규환이었다. 그 와중에 평온한 얼굴로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고 있어, 아이를 달래던 모든 엄마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다섯 살 꼬맹이를 보며, 얘는 나의 여행 메이트로 딱이다 싶었다.
그 뒤로 우린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여러 도시로 여행을 다녔다. 여행지에서도 거의 매일 숙소가 바뀌었는데, 새 숙소를 갈 때마다 좋아하고 다음은 어떤 집일까 기대하는 아이를 보며, 이직요정 주니어 맞다 싶었다.
해외여행이 아닌 해외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치원을 세 번째로 옮긴 후의 어느 날이었다. 매번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 유치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세 번째 유치원을 옮기고 나서 며칠 뒤 주니어가 했던 대사가 결정적이었다.
또 새로운 유치원 가보고 싶어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 되었다. 갑자기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더니 입학식도 온라인으로 치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외출 전에 습관적으로 마스크부터 챙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 우리의 마지막 해외여행지는 대만이었는데,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는 현실 속에서 대만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그 시간을 종종 추억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만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대만 여행 이후로 대만에 살아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는데,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대만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직요정 주니어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였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고, 코로나 때문에 가족과 함께 출국을 할 수가 없어서 나만 먼저 대만으로 가게 됐다. 자기는 언제 가면 되냐고 묻는 주니어에게 4월 즈음 오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4월에는 피아노 대회가 있으니 그거 끝나고 5월에 가겠다고 한다. 자기 스케줄 관리가 확실한 이직요정 주니어였다. 걱정 말고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다시 만난 우린, 지금 대만이라는 첫 외국 땅에서 열심히 적응 중이다. 아직은 바퀴벌레가 보이면 비명 지르며 서로 도망가기 바쁘지만, '버버'라는 애칭(?)도 붙여주며 하나의 대화 주제로 가끔 활용하고 있다.
한 달 만에 대만에서 사용하는 주음 부호를 다 외워버리고 주음 부호가 쓰인 한자를 척척 읽어내는 모습을 보며 역시 아이들은 빨리 배우는구나, 오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직요정 주니어니까.
이직요정은 당신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직요정, 해외로 가다』 여기에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