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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정 Nov 30. 2023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에필로그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는 이직요정 시리즈가 오래도록 잠잠하기도 했고, 뭐든 쓰고 싶은데 당장 쓸 이야기라고는 대만 생활기뿐이라 블로그에 일기처럼 썼던 예전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일단 목차를 쭉 만들어본 게 그 시작이다. 그리고 그걸 프롤로그로 냅다 올려버렸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 깊게 생각도 안 하고 제목부터 먼저 대충 나열해 놔서 그런지 나중에 제목에 맞춰 글을 쓰려니 영 시원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롤로그를 수정해도 됐지만, 괜한 고집이 생겨 처음 목차 그대로 글을 꾸역꾸역 쓰다 보니 완성이 많이 늦어졌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글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2023년, 올 초 어느 날엔가 주니어가 '이제 슬슬 한국에 돌아가도 될 것 같아'라고 한 것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이 정도면 대만에 있을 만큼 있었던 것 같다고, 이제 다른 나라도 가보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나도 대만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차라 주니어 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서 귀국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혹시 주니어가 잠깐의 기분으로 했던 말은 아닐까 싶어 중간중간 계속 확인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꽤나 확고했다. 그래서 그렇게 대만에서의 약 2년 반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만을 떠날 땐 다시는 대만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날이 좀 더 추워지면 온천이나 하러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좋았나 싶다. 대만은 나에겐 살기 힘든 나라였지만, 여전히 여행하기 좋은 나라인 것은 변함없다. 사진 속에 담긴 맑고 아름다운 대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좋았던 기억만 떠오른다. 요즘도 주니어와 가끔 대만에서의 추억을 곱씹어 보곤 하는데, 재미있었고 좋았지만 그래도 다시 가서 사는 건 싫다고 한다. 하하 그건 나도 그래.


앞으로 『대만 생활기』처럼 『유럽 생활기』, 『미국 생활기』, 『아프리카 생활기』 등등의 해외 생활 시리즈를 쭉 쓸 수 있게 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긴 한데, 아직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회사도 너무 멀어서 매일 출퇴근에 시달리느라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라 새해 계획은커녕 당장 다음 주 계획도 세울 힘이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한국의 추운 겨울로 위안 삼고 있다. 


조만간 펑펑 오는 눈을 맞으며 눈오리를 만들 수 있기를,

눈오리가 녹을 때쯤엔 새로운 곳에 가 있기를 바라며.


제 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구독자님 항상 감사합니다.

또 새로운 에피소드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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