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돈을 보는 사람들
3년 전 우연히 들었던 글쓰기 수업 선생님이 새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잔뜩 신이 나신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부럽다, 는 마음과 함께
나는 그동안 무얼 했는가,
우울해졌다.
경단녀인 내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루소의 '에밀'에 나온 여자 고등교육무용이론은 오늘날 또한 유용하며, 이렇게 아이 낳아 기를 바엔 뭣하러 기를 쓰며 공부하고 취업했나, 내 딸은 고등교육을 시키지 않으리라고 한 적이 있다. 나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선생님은 글을 썼다. 나는 선생님의 브런치에서 공개적으로 조롱받고 있었다.
경단녀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들에도 관심이 많은 선생님은 글을 정말 잘 썼고 본인의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계신다.
하지만 나는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글을 쓸 바엔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브런치를 탈퇴해 버렸다.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막내를 안아도 보고, 아들들의 다리를 안마도 해줘보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 결국 휴대폰을 들어버렸다. 브런치 앱을 깐 뒤로 내 글을 쓰기보다는, 남의 글을 더 자주 읽게 된다. 한 작가의 글을 보았는데, 그녀의 책이 3쇄에 돌입했다고 했다. 브런치의 문장들은 유려하지 않은데? 어째서? 아, 미국생활을 하셨구나. 그래서 한국어가 서툰가? 어떻게 글쓰기 책을 썼지? 이런 의문에 의문을 꼬리를 물다가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인스타그램까지 정독하게 되었다.
아, 이거구나.
내가 바라는 건.
고양이와 놀이하며 해외로 여행을 자유롭게 떠나도
통장 잔고가 넘치는 그녀처럼,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아이들과 여행도 다니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오늘도 아침 8시부터 예정되어 있는 공사장에 가봐야 한다.
어제 공사현장에서 한 분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고 했고
오늘은 사무실에 민원인 2명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며,
각종 서류철 및 해야 할 일들이 내 캐비닛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글쓰기 선생님처럼 사회비판적인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몸짱 작가처럼 매혹적인 글을 쓸 수 있다면,
매달 고열로 수액 맞는 일상에 이별을 고할 수 있을까?
매일 30통이 넘는 민원전화를 받다 보면, 우렁찼던 내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날카롭게 갈라진다.
내 마음도 덩달아 너덜너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