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나을까, 여우가 나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덴

by 잡초

런던 여행을 계획하면서 런던아이를 덥석 예약했다. 공홈보다 티켓을 주로 파는 한국 사이트가 싸길래 뭐가 급하다고 따져보지 않고 당연히 최저가겠지 하고 결제를 했는데...

런던아이 타기 전날, 타 사이트에서 반값에 판매하는 걸 알게 되었다. 아뿔싸. 평소에는 고민도 많이 하고 우유부단하면서 이럴 땐 뭐가 그리 급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결제해 버리다니.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구매하는 순간 확정되므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맞아, 제대로 비교못한 내 탓이야. 어쩐지 최근 2년간 후기가 없더라니. 차액 환불도 안된다기에 미련을 갖지말자 하고 런던아이를 탔다. 너무 속이 쓰렸다. 여기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내가 낸 돈의 반값으로 탄 걸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후기에 최저가가 아니니 확인하고 예약하셔라고 적었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이런 메일을 받았다.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잠재 고객을 바보로 만든다는 등을 이유로 판매자는 내 댓글을 삭제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될 수 있다는 안내문구도 적혀있었다. 순간 나는 이 후기를 써서 무엇을 바란 걸까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글을 쓴다고 해서 나에게 차액이 환불되는 것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멍청비용을 줄여줘서 고맙다고 칭찬 듣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후기를 사실대로 남긴 걸까.

단순히 내 멍청함에 대한 만회를 하고 싶었다면 좀 더 여우짓을 해야 했다. 사실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별점을 최하점으로 주면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정도만 쓰거나 꼼꼼히 읽어보시고 결제하라는 등 돌려 말할 수도 있었다.

미련한 곰보다 오히려 여우 같은 영민함이 세상을 사는데 더 필요한 지혜다.


하지만 나는 또 곰처럼, 내 후기를 지워버렸다. 나는 여우가 되고 싶은 미련한 곰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길을 가다가 왕따 현장을 목격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