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개념은 유효한가?
과거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한 회사에 들어가 정년까지 몸바쳐 일하는 것이 꽤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이직이라는 개념은 다소 어색했고,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는 한 가족에게 운명공동체와 같았다. 그야말로 평생직장 느낌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으면 어느 곳에서 일을 하는지, 직장(Workplace) 이름을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반면, 직무(Job)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직원은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게 당연했고, 회사에서는 직원에게 업무 경험을 기대하지 않았다. 일이야 새로 가르쳐서 하면 될 테니. 오히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직무전환(Job Rot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부서 업무를 경험하도록 유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면 추후 회사의 관리자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늘날, 평생직장 개념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근로자 평균근속년수는 6.7년이라고 한다. 이 값을 '평생'으로 보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더욱이, 선배 세대들이 '평균' 값을 올려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밀레니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은 회사를 옮기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 될 것이다. 실제로,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력 1년차 신입사원 10명 중 7명이 '이직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10년 전(2010년) 동일조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 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안정성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고, 좋은 직장이라면 근속년수도 높아진다. 높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이를 반증하고, 잡코리아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근속년수는 11.3년으로 근로자 평균 근속년수보다 높은 수치이다. 다만, 언제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회사만 믿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용안정성이 좋기로 유명했던 조선업계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아 희망퇴직을 장려해야 했다.
퇴직 후의 삶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년이 늘어나고는 있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그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임기를 채운 후 퇴직하더라도 노후를 생각하면 조금 더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을 수 있다. 오랜 기간 한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것은 좋은데, 오래 일하면 전문가?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본인만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멋진 간판은 유명무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 좋은 회사에서 탐낼 만한 직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또한, 기업 신입공채가 줄어들고 특정 직무에 대한 수시채용이 일반화되는 추세라 직무 적합도(Job Fit)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직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스킬을 쌓는 것이 취업 및 이직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정적으로,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괜찮을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원치 않는 업무를 배정받게 되면 어찌할 것인가? 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한 회사만 바라보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직장을 갖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고 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