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그냥 하지 말라’ by 송길영
※ 이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돼요
-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느낌으로는 알겠는데 어떤 의미일까?" 정리가 필요한 분
-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요즘, 나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커리어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분
-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나만 이렇게 혼란스러운건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찌할지 모르겠는 분
불확실성의 시대다. 예기치 않게 다가온 팬데믹은 태풍이 온 마을을 집어삼키듯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되었고, 비대면 산업은 급성장했으며, 재택근무가 본격 도입되었다. 대면이 필수인 여행, 항공, 공연, 영화 등 여가 및 문화 산업은 신음하며 태풍을 뚫고 나오려 애쓰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일상회복(위드코로나)도 멈췄다. 불안감을 상쇄하려 점집부터 타로, 사주를 찾으며 운명론에 기대는 이들도 적지 않다. 2년치 예약이 이미 끝난 곳도 있단다. 그런 가운데 운명이 아니라 데이터로 미래를 보자는 사람이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지난 2년 간 우리가 고군분투한 흔적은 데이터로 남았다. 몸으로 겪어내며 느낀 현상이라도 변화의 기록을 눈으로 보고 준비한다면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송 부사장이 쓴 <그냥 하지 말라>를 집어들게 됐다. 그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최근의 현상을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일찍이 주목했던, 미래 세상을 슬쩍 엿보게 해주던 작은 조짐과 징후들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그냥 열심히만 말고, 생각부터 하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데이터로 본 미래는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 걸까?
팬데믹 이후 열렬히 환영받은 업무 방식이 있다. 재택근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재택근무는 2019년 4분기, 즉 코로나19 직전까지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단어"였다고 말한다. 존재했지만 실체가 없던 단어였다는 의미다.
초창기 재택근무는 모두가 환영했을까? 아니었던 모양이다. 재택근무 초기 설문조사를 보면, 저연차는 긍정적이지만, 관리직은 부정적이었단다. 저연차는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관리직은 "적응이 어렵고 집안일과 뒤섞여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대면보고가 원활하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2년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고용노동부가 12월 16일 발표한 '2021년 고용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살펴보면 재택근무 기업 620곳 중 55.5%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처음 실시했고, 75.2%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재택근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용은 줄었는데 생산성에 큰 차이가 없고 직장인들의 만족도도 높으니 재택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재택근무는 단지 일하는 장소의 변화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통이 디지털로 이뤄지니, 업무 단계와 진행 일정이 투명하게 남는다. 과정이 보이니 하지 않은 일에 숟가락을 얹거나 자기가 한 것처럼 바꿔치기할 수 없게 됐다. 저자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성실함이 재정의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임승차했던 이들은 사라지고, 직급은 통폐합되고, 성과급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시스템이 유지되길 바라는 건 "순진한 것도 무능한 것도 아닌 사악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투명성이 급부상한 건 '나우 데이터'로 기록되는 시대가 되면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기록되며 과정도 중요해졌으니, 착하고 바르게 사는 것만이 답이라고 그는 말한다. 현재의 잘못을 운좋게 숨겨도 언젠간 드러난단 거다.
특히 기성세대와 기업에 경고를 보낸다. 투명성의 시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에 머물러있는 기업과 개인이 너무 많다고. 부조리한 관행과 봐주기, 비리가 종식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깐깐하게 왜 이러냐"는 말이 안 통하게 될 거라고 꼬집었다. AI가 심판을 본다고 상상해 보라. 설정한 기준을 벗어나면 예외 없이 아웃일 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의 변화 역시 투명성에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대에는 어떻게 벌든 결과적으로 기부금을 내면 이해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ESG 시대에는 다르다. 기업 경영활동의 '본질적 선함'을 중시한다. 수익 창출 방법이 잘못됐거나, 경영이 투명하지 않거나, 사회적 책무를 함부로 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등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버느냐는 방법 자체에 선함이라는 잣대가 적용된다.
'돈쭐'도 비슷한 맥락이다.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건데, 선하고 옳고 잘한 행동을 한 기업·업주를 위해 소비로 응원하는 소비자 행동이다. 잘못된 행동을 질책하는 만큼 반대로 잘한 행동에도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상대방의 철학에 동의하고 응원하는 레벨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직장에 대한 개념도 변하고 있다. "직업은 사회적 역할과 하고 싶은 것을 절충한 것이고, 직장은 인간관계나 근무환경이 중요한 반면, 커리어는 개인적 목표와 훗날 쓸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나뉘는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장에서 사내문화나 워라밸, 복지가 중요해지는 것과 커리어로 사이드잡과 자기계발이 대세로 떠오른 걸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달라진 직장내 인간 관계에도 눈길이 간다. 선후배 관계에서 동료로 변화하는 추세란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상사라도 "일하지 않으면 분노"한다. 최근 데이터에서 '무능'이란 말이 상사 연관어로 많이 언급되는 이유도 그래서라는 것. 최근 성과 평가 대상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선회하는 것도, 공정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런 변화와 연결돼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과를 위해 모두가 성장을 고민하지만, 연차마다 처한 상황과 시각은 달랐다. 15년차 이상은 '업무에 대한 열정'을 인성과 연결시켜서 보고 있었다. 급여와 처우가 얼마든 한 몸 불살라, 준 것 이상을 해줬으면 하는데 명확한 기준도 없으니 젊은 세대는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된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그걸 자신만 모르니 '왜 그들은 조직과 스스로를 동일시 하지 않는가?'와 같은 말을 하게 된다고.
저자가 가장 위험한 연차로 보는 건 10년 차다. 갈림길에 선 시기라서다.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이직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조직에 기대 살아남는 길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때라고 본다. 연차와 급여는 쌓였는데 전문성이 애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7년차는 '도망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 표현한다. 이 길이 맞나 고민이 시작되는 때다. 일머리도 생기고 인맥도 쌓이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데 위를 보니 롤 모델이 없다. 이직이 무조건 답이란 보장도 없는데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 여겨지니 불안해서 커리어 성장에 힘쓴다. 퇴근 후 강좌를 듣고, 부캐를 만들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행동들이 다 여기서 오는 고민이다.
3년차는 시키는 일과 뻔한 일만 반복하는 느낌이다 보니 자신의 능력치에 의문이 생기고 연차만 쌓인다고 느끼는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훌륭한 스펙으로 입사한 이들이 멍해진 이유가 혹시 회사가 이들의 능력을 온전히 수용하지 않은 건 아닌지 되묻는다. 인사관리 측면에서 고민해볼 지점이다. 1년 차는 입사하고 보니 상상하던 회사와 달라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지금은 비대면 상황으로 코칭까지 어려워지니 일의 의미부터 삶까지 근원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고 본다.
바뀌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다. 이같은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추길 권장한다. "예전엔 지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과거를 봤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 해석 능력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생존확률과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다. "생산성과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을 계속 해야 한다"며 "뭐든 직접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노력하면 경쟁력은 따라온다.
대체되지 않을 차별화도 중요하다. 이건 독창성에서 온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시도하고, 꾸준히 오래해 보는 거다. 그렇게 '발견된' 사람의 깊이는 시류에 편승한 사람과는 비할 수가 없다. 기록의 중요성도 설파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성실하다는 말 백 마디보다 3년 간 꾸준히 달리기를 한 인증 사진이 더 강력하다. 옛말 틀린 게 없다.
끝으로 저자는 '이성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을 배워야할 주요 이슈이자 앞으로의 10년을 살아갈 전략으로 제안한다. 모든 행동이 기록이 되고, 메시지가 되기에 이성적 사고 없이 무턱대고 행동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그가 제목에서 '그냥 하지 말라'고 한 이유다. 하는 일에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디지털로 폭증한 관계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진 시대다. 이 모든 배움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재사회화라고 강조한다. 컴퓨터처럼 사람도 주기적 업데이트가 필요하단 의미다.
이 책이 말하는 이야기들은 사회인이라면 겪어봤을 현상을, 조금 먼저 예측한 입장에서 분석한 것이기에 어쩌면 '다 아는 건데?'라고 넘겨짚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느낌으로 아는 것과 맥락을 알고 정리하는 건 분명 다르다.
시스템의 변화가 느림을 전제해서인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대안이 개인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쉽지만, 이왕 각자도생해야 한다면 저자가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사회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 제시한 말들에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10년을 잘 대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가 가속화된 지금, 그가 '미리 온 미래'로 통찰한 분석이 생각지 못한 커리어를 열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당신에게 지금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직장인 필독 뉴스레터, <주간 컴퍼니 타임스>를 매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