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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Apr 06. 2020

쌍욕만 폭언이 아니에요.

해서도, 당해서도 안 되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혜림입니다. 지난번 혜리님의 직장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성희롱' 이야기는 잘 읽어보셨나요? (아직 읽기 전이라면, https://brunch.co.kr/@jobplanet/41  클릭클릭!!) 오늘 저는 직장에서 또 빠질 수 없는 이슈, '폭언/폭행'을 얘기해보려 하는데요. 조금 무거운 주제이지만 기업 리뷰 단점에서 정말 많~이 언급되는,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봐 주세요!



   

저한테 상추를 집어던졌어요. 폭행죄로 고소 가능한가요?

정말 위협(?)적인 상추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상추를 던진 게 폭행죄가 될까요? 정답은 '그렇다'인데요. 대법원은 '던진 상추가 몸에 맞지 않았고, 몸에 맞아도 다칠 우려가 없더라도 이를 집어 피해자를 향해 던진 행위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폭행죄를 인정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폭행죄로 인정되는 행위들이 많은데요. 반드시 신체에 접촉해 물리력을 가해야만 폭행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심리적, 생리적 고통을 받게 해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동시에 손발을 휘두르는 행위도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은 직장 내에서도 끊이질 않죠? 종전까지는 그 행위들이 형법이나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범죄(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괴롭힘의 유형을 포섭하지 못할뿐더러 이를 예방하고 감독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에 2019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직장 내 괴롭힘의 더 효과적인 규율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괴롭힘 인정 시, 사안에 따라 노동청 신고 및 형사고소를 통한 처벌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매뉴얼에서는 폭언/폭행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폭언 및 협박 행위
- 신체에 직접 폭력을 가하거나 물건에 폭력을 가하는 등 직간접의 물리적 힘을 행사하는 폭행이나 협박 행위는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인정 가능
폭언, 욕설, 험담 등 언어적 행위                                                                                              
-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등 제3자에게 전파되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인 것으로 판단되면 인정 가능
- 지속·반복적인 폭언, 욕설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해치고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인정 가능


 그럼 실제 직장에서는 어떤 유형의 폭언/폭행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최근 3개월간(19.12~20.02) 잡플래닛에 유입된 리뷰 중 폭언 및 폭행과 관련된 키워드가 언급된 경우는 무려 약 1,700여 건에 달합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하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어떤 기업에서 많이 언급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최근 3개월간 잡플래닛 리뷰 중 폭언/폭행이 언급된 기업의 유형

산업군별로는 제조/화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고 그 뒤를 유통/무역/운송업계가 잇고 있습니다. 형태별로는 중소기업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네요. (참고로, 폭행 대비 폭언의 비중이 약 20배가량 더 높습니다) 중소기업의 수가 많기도 하지만, 아마 중소기업에서는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나 관련 체계가 부족한 것도 그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몇 가지 사례들을 공유할 텐데요. 정말 뜨악..!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입니다.


1.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월급에는 갈굼을 견디는 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그것으로 본인의 갈굼을 정당화시킨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능력을 조롱,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줌. 가끔 상사가 성희롱도 함. 회사에서 욕설이 들리고 가끔 업무와 관계없는 사적인 심부름도 시킴

화내면서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하기가 일쑤라 업무 진행은 안되고 결국 노력한 결과물은 폐기 또는 쓰레기라는 말만 듣고 자괴감만 들게 된다. 업무 진행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 상대방을 찍어 누르기 위한 회의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듦


2.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조직 내 뒷담화와 소문이 정말 심한 편이고 본인 평판 조작이나 특정 인물 공격에 사용되는데 어느 정도 먹히는 게 문제

저는 신입이었는데 이상한 소문 퍼트리고 집단 따돌림, 엘리베이터에서 돌아가며 욕하고 훈계하는 일진놀이 당했습니다.

개인사 소문내고 과장하고 자리 비우면 욕함. 남 이야기하는 거 제일 좋아함. 퇴사한 직원 영원히 욕함. 입사하면 전직원 욕부터 들음. 인격모독.

발령을 위해 수집한 개인적이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일부 인사부서 직원이 소문을 내는 등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당 직원과 무관한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데 앞장서고 있음


3.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오너가 인격 모독과 함께 진실의 방으로 불러 일진처럼 협박함

인간 모욕과 무시 그리고 개쌍욕을 버텨야 하는 그런 회사

사장이 정말 쌍욕을 함 아니 이런 욕까지? 싶을 정도 들었던 말 중 가장 충격이었던 건 뭐가 안 풀리자 팀장급한테 사장 수준은 저 높이 있는데 직원들 수준이 저 바닥이라고 하고 그냥 개** 이런 쌍욕 기본

본부장 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 지르기, 태도는 위협적으로 할 말 못 할 말 구분 안하며 구어로 폭행하기

의견은 얘기하지 못해요. 상사 뜻에 반하는 말 인격모독적인 말이나 비하 발언도 매일 들었어요!


4.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인격적 모독 또한 대단한 회사임. 강남 사는 직원 좋아하며 통통하면서 일 잘 못하는 직원에겐 저렇게 자기 관리 못해서 그렇고 자기관리 못하니 살찌고 일도 못하는 거라고 말함.

사회생활 오래했는데 대표가 직원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간섭하는 회사 처음 봤음. 언어폭력은 예사고 인격적으로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하는 순간도 많고 본인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직원들 죄다 불러와서 뒤에 세워두고 소리 질러가며 혼내는데 정말 날고 기던 기업에서 나이 지긋하신 경력직들(거의 본부장급)도 자괴감 든다며 퇴사할 정도

외모 비하를 너무 자주함. 너는 거울도 안 보고 다니냐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너는 머리를 해도 못생겼다 입이 나와서 밥 먹는 게 힘들 것 같다 똥냄새난다 안 씻고 다니냐 생긴 것이 돌려서 촌스럽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앞에서 비하함


5.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욱하는 성격에 서류 집어던지고 스패너 바닥에 내팽개치는 놀라운 광경도 봐야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폭행, 퇴사했는데도 5년째 이사 간 집까지 쫓아다니며 묻지마 폭행

회장이란 사람이 상식 이하의 행동을 많이 보인다. 직원들에게 손찌검이나 욕설은 기본이고, 여직원들을 매우 사랑하신....읍읍

열심히 일한 자에게는 욕설과 발길질이. 아첨과 달콤한 말을 대표에게 잘하면 연봉과 직급이 수직 상승하는 기업!

자기 아랫사람은 무시하고 없을 땐 욕하고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물건 집어던지고 분위기 엉망임


6. 기타

'야', '너', '이 XX' 등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하여 불쾌함을 주는 행위

'한 번만 더 실수하면 잘릴 줄 알아'라는 등 불이익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행위

'똑바로 해라',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때려쳐' 라는 등 부적절하게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행위

펜이나 서류철 등으로 몸을 밀거나 건드리는 행위

물건이나 음식물(소주병, 음료, 서류, 핸드폰 등)을 던지거나 던지려고 휘두르는 행위 등




 지금 당신이 한 그 말이 바로 폭언입니다

 한 기업과 직장 내 폭언/폭행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기업 직원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폭언/폭행 문화는 3.83점(5점 만점)으로 양호한 편이었는데요. 하지만 임직원의 38.2%가 직장에서 폭언/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직접경험 25.0%, 간접경험 32.1%) 그중 폭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요. 이에 비해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이 폭언/폭행이 될 수 있었음을 인식한 사람은 26.5%에 그쳤습니다.

한 기업의 직장 내 폭언/폭행 실태 설문 조사 결과


 즉, 인식적인 측면과 실제 경험과의 괴리가 존재하는 건데요. 회사 내 폭언/폭행 문화에 익숙해져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내 행동을 가볍게 생각해 이게 폭언/폭행에 해당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폭언/폭행을 한 이유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폭언/폭행임을 인식한 26.5%의 응답자 대부분은 업무적인 지시나 질책을 하는 상황에서 폭언/폭행을 했다고 응답했는데요.

그 이유로는 옆의 자료처럼 '그 행동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1위로 꼽았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거죠. 이후 서베이 결과를 임직원 모두와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는 데요. 서로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자리를 통해 상하급자간 폭언/폭행에 대한 개념과 판단기준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지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액션들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되었구요.



 지금까지 잡플래닛 리뷰들과 함께 한 기업의 서베이 결과를 살펴보았는데요.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다들 그렇게 일한다~ 다른 데도 똑같다~ 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냐~ 하면서 가볍게 넘기지 마시고,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확실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저희 랩스에서도 많이 노력할게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 자료]

- 제대LAW, 술술 읽히는 생활법률 스토리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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