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 Jobplanet Mar 19. 2020

외모평가도 '성희롱'입니다

기상천외한 성희롱 이야기

안녕하세요? 김혜리입니다:)

오늘은 코로나 19로 놓쳤던 중요한 이슈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 보려고 해요.

지난 2월 24일 전 세계 미투(#Metoo) 운동의 시발점인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피해자의 증언에 더 귀 기울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다른 미투 운동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7년,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성희롱 보도로 촉발된 미투 운동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문화예술·학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 기준과 양형기준을 다시 세우자는 청원도 힘을 얻었고(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진 않은 상황), 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서도 성희롱을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죠. 사회적인 인식도 꽤 달라졌고요. 하지만 최근 4개월 동안의 잡플래닛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우리 일터에서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성희롱 사례들이 있었거든요. 잡플래닛 리뷰를 통해 '성희롱'이 될 수 있는 언행과 그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4개월 동안 성희롱 관련 리뷰는 총 481건

그중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이 83.4%, 육체적 성희롱은 16.6%를 차지했습니다.

육체적 성희롱 : 신체적 접촉에 의한 성희롱(입맞춤, 포옹,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 강요 등)

언어적 성희롱 : 야한 농담, 외모 품평, 이성 관계 강요 및 회유, 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관련 정보 유포 등

시각적 성희롱 : 음란한 사진, 그림, 글, 영상 등을 보여주는 행위,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음란한 손짓이나 몸짓 등


성희롱 관련 리뷰가 가장 많은 산업군은 제조/화학(29.1%)과 유통/무역/운송(21.8%) 영역이고, 기업형태별로 분석해 보았을 때 중소기업(59.7%)이 대기업(22.9%)보다 약 3배가량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어떤 언행을 성희롱으로 느꼈을까?


Case1. 손대지 마세요!

종종 신체적 터치를 합니다. 자리를 이동시키며 어깨를 잡아서 데려다 놓는다든지, 머리를 쓰다듬는다든지

하지 말라 해도 손을 쑤욱 내밀어서 어깨, 등, 얼굴 등등의 신체를 만진다.

기업의 오너가 젊은 여직원들 성추행을 밥먹듯이 함. (손잡기, 뽀뽀하기, 껴안기, 살쪘다고 뭐라 하기 등)

왜 자꾸 껴안고 신체접촉하면서 기분을 불쾌하게하나요? 오랜만에 만나도 안 반가운데 왜 포옹을해야하고...

회식에 노래방 필수에 노래 강요. 뒤에서 껴안고 성추행 장난 없었어요.


흔히 성추행이라고 말하는 육체적 성희롱은 언어적/시각적 성희롱보다 발생 비율은 낮지만, 행위의 심각성이나 피해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육체적 성희롱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는 성범죄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Case2. '외모 품평'부터 '오빠라고 불러라'까지

임원에게 들은 얼평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음. 시대가 변한 판국에 입조심 행동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다.

요새 살찐 것 같다고 뭐라고 하며, 살쪘으니 회식 때 먹지 말라고 함 

회식자리에서 대리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질 않나... 

회식 땐 미리 자리배치표를 만들며, 여성직원이 술 시중을 들어야함.

회식 때 술 취해서 '돈 안 내고 룸방 여자랑 술마시는 거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육체적 성희롱과 달리 언어적 성희롱은 친한 사이니까 하는 혹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재미난 농담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혹은 주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너 살 빼야겠다'와 같이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외모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오빠라고 불러라'와 같은 이성 관계에 대한 강요나 회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발화, 술 시중을 들게 하는 행위는 모두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Case3) 룸살롱 안 가면 잘라버린다?!(feat. 동성 성희롱)

꼰대들이 신입 들어오면 술 강요에 룸살롱 가자고 강요하고 안 간다고 하면 짤라버린다고 협박함

성매매 이야기가 자주 들림. 남자라도 여자친구 있으면 성희롱 필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니 '여자와 버스는 5분마다 온다'라고 합니다. 성희롱 아닌가요?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네요.

체육대회날 몸 좋은 신입 남자직원을 앞에 불러 몸도 좋은 데 웃통 벗어보라며 니가 안벗으면 임원진 한 명을 벗기겠다고 하더니 40대 임원의 상의를 배 위까지 들춰서 이래도 안벗을 거냐며 닥달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신입 남자직원이 윗옷을 벗어야 했던...


'남자끼리니까', '재미있으라고', '당연한 거니까'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남자직원도 룸살롱 가기 싫고, 성매매 이야기 듣기 싫어요. 여자친구와의 사생활을 묻거나, 여자가 5분마다 온다고 하면 불쾌합니다. 옷을 벗게 만든 행동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이처럼 남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희롱의 경우 권력 관계를 이용해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만 허용되는 성적 농담이나 행위를 강요하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권력 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목적이 큰 것이죠. 이런 우월감을 느끼려는 언행 역시 성희롱에 해당하며, 동성 간의 성희롱도 이성 간의 성희롱과 똑같이 인정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Case4) 면접에서 성희롱 당했어요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할 건지는 왜 물어보죠?

헬스했으니 겉옷 벗어보라, 노래방에서 부르는 트로트 18번 불러보라, 친구랑 둘이 산다니 여자친구랑 동거하는 거 아닌지 집요하게 물어봄. 여기 호스트바 면접인가요?

공조냉동에 관해 많은 지식을 요구해서 면접 준비를 많이 하고 갔었음. 질문에 답변을 하는데, 열이동을 설명할 때 너무 복잡하다며 마치 남녀가 성행위를 할 때와 같다는 말을 해서 성희롱을 느꼈음. 이런 식의 면접은 살면서 처음임. 면접 이틀 뒤 전화해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사과받았음. 


'성희롱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질문은 지원자에게 '사상검증'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상식인데 무슨 답변을 듣고 싶은 거지?'라는 의구심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성 친구 유무를 묻거나 외모 평가를 하는 것은 채용 절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며,『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고용된 자와 취업할 의사를 가진 자'이기 때문에 면접에서의 성희롱 역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고가 아닌 사과에서 끝난 것이 불행 중 다행이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면접관의 잘못된 요구가 어느 금융회사를 호스트바나 다름없는 곳이 되게 만들었고, 어느 제조회사는 면접관이 전공지식을 성행위에 빗대어 설명하는 바람에 타 대기업을 2곳이나 합격한 인재를 잃었습니다. 면접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면접관 교육은 때마다 반드시 하기로 해요!



직장 내 성희롱 근절, 왜 힘들까?


"2차 피해가 두려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어요"

>>업무 또는 고용 상 피해

성추행이 빈번함. 윤리경영실이 있지만 익명 보장이 전혀 안 되어 회사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봐 신고 못 하는 구조. 신고하려면 내 일자리를 걸어야 하며, 처벌도 세지 않은 편

하자 있는 인간들 절대 안 자름. 사내 폭행, 성추행, 법정까지 가도 절대 안 자름. 당한 사람들은 계속 나가고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면 오히려 조직부 적응자로 몰려 징계, 해고, 권고사직, 휴가, 발령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성희롱 피해를 알리는데 내 일자리를 걸어야 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닐 겁니다.


>>주변인에 의한 피해

사내에서 성추행이 일어나 cctv까지 확인했는데 안짜름. 성추행한 사람도, 안짜르는 회사도 둘 다 문제. 방관을 넘어 성추행범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더 문제라 그만둠. 성추행을 가만 냅둬? 정말 미친 집단이다 퉤퉤.

부장의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으로 인하여 퇴사했음. 직접적인 신체 접촉도 있었으나, 너무 어린나이였고 생각지도 못한 무서운 일이었기에 계속 참고 견디다 못해 대표이사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퇴사의사 밝힘. 대표이사가 '그 나이대 아저씨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농담이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마라'라고 했던 게 비수처럼 남아있음.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말은 안 하느니 못함.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주변인이 공감이나 지지해주지 않고 오히려 참으라고 하거나 '너도 잘못했다'라고 피해자 탓을 하며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경우입니다. 조력자가 아닌 또 다른 가해자를 마주한다면, 피해자는 쉽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처벌이 없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성희롱, 성추행, 스토킹이 발생해도 아무런 처벌이 없음.

나이차가 꽤 나는 남자분이셨는데 우리 사이에 뭐가 있냐며 장난치는 척 제 어깨, 발등을 쓰다듬는 등 신체적 접촉이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첫 직장이었던 터라 몇 개월 간 참았지만 곧 이건 아니다 싶어 인사과에 말씀을 드렸는데, 인사과에서 그냥 경고를 주고 사건이 끝나 상사와의 관계는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성추행/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성폭행처럼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인사팀에 신고해도 피해자만 2차 피해를 입기 십상이며 가해자는 경고로만 마쳐 섣불리 피해자가 나서지 못합니다.

성희롱, 성추행 직원을 그대로 놔두는 회사가 과연 좋은 회사일지 의문입니다. 처벌이랍시고 직급을 낮추긴 하였지만, 과연 연봉도 깎였을까요?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여러 차례 여사원들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안일한 처벌방식을 취하는 걸 보니, 임원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뻔히 눈에 보입니다.


사업주가 사건에 대해 조지를 취하지 않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것, 가해자 편들기와  합의 강요, 가해자에게 사과하게 하고 개인적인 일로 사건 무마, 경징계 후 사건 종료하는 등 사업주의 잘못된 사후처리 과정 때문에 성희롱은 별것 아닌 일이 되기 쉽습니다.



지금까지 최근 4개월 동안 성희롱 관련 리뷰를 분석해 보았는데요.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3가지가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 서로 매우 친하고 편한 사이라고 해도 회사에서는 공적관계임을 명심하고 예의있게 행동하는 것

둘,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회사의 책임을 다하는 것

셋,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현실적 가이드 제공으로 성희롱 예방에 집중하는 것


더 이상 직장 내 성희롱의 흔히 있는 일이 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안녕!




#성희롱 #성희롱사례 #성희롱발언 #외모평가 #몸매평가 #직장내성희롱 #직장내괴롭힘 #동성간성희롱 #성희롱처벌 #성희롱예방 #성추행 #성추행사례 #성추행처벌 #성추행예방 #직장내성추행 #위력형 #성폭력 #언어성희롱

매거진의 이전글 중소기업이 채용 브랜딩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