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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Jun 15. 2020

사람 때문에 회사 가기 싫어요

데이터로 살펴본 직장 내 인간관계

#사람 #조직 #자본 #소프트파워...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또 그 집단들이 모여 조직을 만듭니다. 회사 역시 사람이 모여 만든 곳인데요. 이 사람에 대한 관점은 조직의 역사와 함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주 예~전엔 굳이 이 사람 아니여도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 그만인, 충분히 대체 가능한 소모품 중 하나였다면 이제는 기업의 생존, 성장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자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사람이 지닌 '소프트 파워'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면서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죠.

 근데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자본이 그 안에서 서로 배척하고 멀리하고 있다면? 시너지를 내뿜고 있어야 할 상황에 서로를 노려보기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동료는 어떤가요? 상사는, 경영진은 어떤가요?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잡플래닛 직원경험 서베이 데이터를 통해 직장 내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 지, 이게 어디에 무슨 영향을 줘서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동료/상사/경영진으로 나눠봤을 땐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도 함께 말입니다. 실제 설문 항목에서는 동료와 또는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혹은 맺고 있는지)를 묻지만, 경영진의 경우 그들에 대한 신뢰가 어떠한 지 묻고 있습니다.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기엔 그들이 너무 멀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서 얘기되는 경영진 만족도는 경영진과의 관계, 신뢰, 지지 등을 포함한 더 넓은 개념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1. 우선 평균적으로 동료, 상사, 경영진 각각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정도일까요? 


직장 내 관계 만족도의 평균값과 응답 분포

전체적으로 그렇게 낮지 않은 수치인데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동료에 대한 만족도가 3.75점으로 가장 높고 상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경영진 만족도의 경우 평균 2점대로 유일하게 부정성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응답 분포 역시 평균 값이 떨어질수록 부정응답의 비중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응답자의 5.4%가 동료를, 6.6%가 상사를, 15.0%가 경영진을 만족해하지 않는다고 보이는데요. 다만 중도응답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경우, 그냥 좋진 않은 경우, 혹은 싫진 않은 경우 모두 3점을 체크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번엔 서로간 상관관계를 살펴볼게요. 동료가 별로인 곳은 상사도 별로고 경영진도 별로일까요? 아니면 차악으로 상사는 별로지만 동료는 괜찮은 경우가 많을까요? 

직장 내 관계 만족도 (상관계수)

표에 적힌 숫자는 상관계수인데요. 보통 r값으로 표현되는 이 상관계수는 ± 0.7 ~ 1.0 사이면 강하고 뚜렷한 상관관계, ± 0.4 ~ 0.7은 다소 높은 상관관계, ± 0.2 ~ 0.4는 약하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거에 근거해 표를 다시 살펴보면

 - 동료가 좋으면 상사도 좋고, 동료가 싫으면 상사도 싫은 경우가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 상사가 좋으면 경영진도 좋고, 상사가 싫으면 경영진도 싫은 경우도 종종 있네요. 

 - 다만, 동료가 좋은 곳이라고 경영진도 좋다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나봅니다.



2. 다른 직원경험 요소와의 관계는 어떨까요? 

(상관계수가 0.4 이상인 값들만 꼽아볼게요!)


1. '개인의 성장' 영역과 '상사 및 경영진' 만족도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경력개발이 가능한 환경이 주어지는 지 등을 묻는 개인의 성장 영역과 상사/경영진 만족도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상사와 함께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여러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될 텐데요. 상사와의 긍정적인 관계 아래서 그들의 훌륭한 리더십이나 직무 전문성 등으로 내 업무 역량이 많이 올라가기도 하고, 그와 비슷한 내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반면, 상사가 여러모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이 회사에서의 내 미래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을 겁니다. 경영진 역시 회사에서 나의 커리어 발전을 위해 어떤 관심과 지원을 보이는 지에 따라 그 만족도가 달라지겠죠?


2. 행복하고 즐거운 회사생활과 직장 내 인간관계

 동료, 상사,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회사생활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요. 업무가 독립 적인 회사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동료, 상사 또는 경영진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오히려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성과 같은 경제적 지표에서는 그 관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돈보단 사람이 내 직장생활에서의 행복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가 봅니다. 공감하시나요?


3. '자유로운 휴식의 가능성'과 '동료 및 상사'와의 관계

 약간 웃픈 결과였는데요.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가 좋을 수록 자유로운 휴식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을 하다 잠깐잠깐 편하게 주변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쉬고 싶은 데, 주변 동료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면 그마저도 쉽지 않겠죠? 이런 상황들이 데이터로도 나타나는 게 신기하면서도 웃프네요.


4. '긍정적 영향력'과 '상사'와의 관계

 긍정적 영향력이란 성과에 대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등 상호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지를 묻는 항목인데요. 이 항목과 상사와의 관계에서 서로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좋은 성과를 냈을 땐 그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설사 부족하더라도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은 상사에 대한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5. '경영진' 만족도와 상관관계를 가지는 요소들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와 달리 유독 경영진 만족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 일하는 방식 中 업무환경 쾌적도, 업무프로세스 효율성

- 기업 경쟁력 中 시장에 대한 민첩성, 기술력(서비스) 수준, 수익모델 안정성

- 경제성 中 급여정보와 논의 수준, 보상의 합당성, 보상절차 신뢰수준, 복리후생제도 만족도


다 그럴듯하죠? 우리 회사의 업무 환경이나 프로세스는 어떤지,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빵빵하게 갖추었는 지, 그래서 나에게 오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은 어떠한 지 등 좀 더 조직 관점에서의 요소들이 경영진 만족도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직원경험 서베이 데이터가 아닌 '잡플래닛 기업 평점' 부분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요. 

잡플래닛 속 잡플래닛 평점 (예시)


옆의 사진처럼 잡플래닛에서 각 기업에 대한 평가요소는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경영진이라는 5가지 요소와 총 만족도 등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그 중 '경영진'이 '총 만족도'와 가장 높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경영진의 리더십과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 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 등이 내부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3. 사람들은 어떠한 점에서 동료/상사/경영진에 만족을 느낄까요?


평균적으로 어떤 점에서 동료/상사/경영진 각각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동료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점 (복수응답 가능)
상사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점 (복수응답 가능)


동료와 상사와의 관계에선 업무적인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네요. 

경영진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점 (복수응답 가능)


물론 이 밖의 다양한 요소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기타 항목을 제외한 대표적인 항목들만 추린 결과입니다. 선택지를 보고 내가 동료로서, 상사로서 혹은 경영진으로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뭔지 한번 확인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결국 사람 때문에 이직/재직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지금까지 여러 관점에서 동료, 상사, 경영진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결국 이러한 관계가 재직/이직 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다만 경영진은 위에서도 살펴봤듯 동료, 상사와는 살짝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잠시 제쳐두고 살펴보도록 할게요


- 먼저, '동료, 상사 등 팀워크가 좋아서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다'를 선택한 비율은 33.1%로 재직을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 중 총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구성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회사를 떠나고 싶다'를 선택한 비율은 7.0%로 이직을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 중 총 6위를 차지했는데요.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 이직의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재직의향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전 글(8시간의 과학)에서 살펴봤듯이, 이직을 결정짓기에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서 이번엔 동료/상사에 대한 만족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평균 2점대 이하) 재직하게 만드는 요인 TOP 3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동료나 상사가 싫어도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몰입이나 만족도가 높거나, 부서에서 내 의견이 잘 전달되는 등 존재감이 있고, 그밖에 워라밸이 너무 좋아서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되는 건데요. 낮은 관계 만족도를 상쇄시키는 이 요인을 좀 더 신경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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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순 없습니다. 누군가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요. 다만 이게 객관적으로 용인될 수 없거나, 정도 이상의 다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무시하는 등 괴롭힘으로 이어져선 안되겠죠. 이런 관계적인 측면에서 회사에서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적인 영역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순 없지만 혹시 회사 구조상 그런 관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있지는 않은 지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업무적으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툴과 방식이 있다면 적어도 업무적인 측면에서 관계가 나빠지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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