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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May 18. 2020

8시간 근무가 과학적인 이유

데이터로 살펴본 장시간 근로의 악영향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그 사정은 다르지만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이처럼 8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일이 많은데요. 저희 잡플래닛도 현재 8시간 근무라는 원칙 하에 오전 7~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8시간'근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그 역사는 저~ 멀리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9년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여러 노동 운동과 러시아 혁명 등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UN의 자매 기관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ILO의 제1호 협약이 바로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5월 10일 최초의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었는데요. ILO 협약을 고려하여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기준 근로시간이 일 8시간으로 정해졌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근로시간과 관련해 많은 개정을 거쳐왔지만 이 '8시간'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기준'시간에서 '상한'시간으로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8시간 근무. 그럼 이 글의 제목처럼 8시간이 과학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저희 랩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직원경험 서베이*를 살펴보다 평균 근무시간과 다른 항목들 간의 관계에서 가지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했는데요. 이보다 더 과학적일 순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함께 보시죠!

*직원경험 서베이 : 직원이 자신의 회사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지 확인함으로써 자사의 고용브랜드를 발굴하고 직원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과제를 발견할 수 있는 서베이

- 서베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jobplanet.co.kr/partners/landing/group_survey 을 참고해주세요.

- 데이터 분석은 최근 수집된 약 2,000여 개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일 평균 '8시간 미만' 근무하는 응답자의 경우, 단시간 근로자, 파트타이머, 비정규직 등의 고용형태로 인해 각 항목에 대한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낮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1. 근무시간과 성장가능성 


일 평균 근로시간과 성장가능성 (5점척도)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8시간을 기점으로 일 평균 근무시간이 늘어날수록 '성장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낮아지네요. 여기서 성장가능성은 업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지를 물어보는 항목입니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긴 사람일수록 내가 이 업무를 하면서 배워가고 성장한다는 생각이 점점 사라진다는 건데요.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이 시간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다니... 결국 일에 대한 집중도나 만족도가 떨어져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11시간 이상에서는 성장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평균 2점대로 떨어지면서 부정성이 두드러지는 게 눈에 띄네요.

 


2. 근무시간과 경력개발가능성 


일 평균 근무시간과 경력개발가능성 (5점척도)

 여기서도 그래프는 '8시간'을 기점으로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길수록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적어지는 건데요. 위에서처럼 성장가능성을 낮게 느끼는 상황에서 경력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겠죠? 물론 근무시간만을 가지고 경력개발가능성을 판단하진 않지만, 오래 일하는 사람일수록 경력개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슬플 뿐입니다.



3. 근무시간과 업무프로세스 효율성 


일 평균 근무시간과 업무프로세스 효율성 (5점 척도)

 역시나 똑같은 패턴입니다. 업무프로세스의 효율성 역시 '8시간'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할 때, 또는 회의나 협업을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는 근무시간에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때문에 우린 좀 더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요. 이미 회사에 고착화된 문제라면 당장 바뀌긴 어렵겠지만 나부터 먼저 업무 지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회의는 필요한 경우에 간결하게! 조금씩 노력해봅시다.



4. 근무시간과 자유로운 휴식 & 업무일정 조정 


일 평균 근무시간과 자유로운 휴식 & 업무일정 조정 (5점 척도)

 여기 또 슬픈 거 하나 추가입니다. 자유로운 휴식이란 말 그대로 내가 일을 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 쉴 수 있는 지를, 업무일정 조정은 상황에 맞게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지를 물어보는 항목인데요. 근무시간이 긴 회사에선 내 맘대로 쉬지도 못하고, 업무일정도 조정하기 어렵나 봅니다. 그래프 상으로 잘 안보이긴 하지만 업무일정 조정의 경우 최고점과 최하점의 격차가 유독 크게 나타나고 있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밖에도 다양한 직원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은 '여긴 더 있을 곳이 아니야' 라던지, '이 정도면 계속 다닐만하지' 등의 판단을 하게 될 텐데요.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근로시간과 재직/이직 의사와의 관계!

 


우선, 이직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네요.


일 평균 근무시간과 이직의향 (총합계비율)

 들쭉날쭉한 그래프. 근로시간과 이직의향 간의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이 길다고 해서 이게 이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건데... 물론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겠죠. 당장 내 생활비, 대출금 등의 경제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퇴사하고 곧바로 이직할 수 있을지, 혹시 내 커리어에 공백이 생기진 않을지, 주변의 시선은 어떨지 등등. 퇴사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입니다.



다만, 재직의향과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 평균 근무시간과 재직의향 (총합계비율)

 신기하게도 이직할 의사가 없는, 우리 회사에 더 재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45.5%(거의 절반)가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말 안해도 아시겠죠? 위에서도 계속 살펴봤듯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정적인 직원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게 재직 의향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재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비롯한 직원경험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여기 있네요!



 

 지금까지 근무시간과 다른 직원경험 요소들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정적인 직원경험을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진짜 '8시간'에서 가장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걸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 의미 있는 분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로시간의 절대적인 길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알차게 사용하는 가인데요. 이건 회사에서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직원경험을 제공해주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비롯한 직원경험들은 서로 돌고 돌아 영향을 끼치니까요. 우리 회사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선 직원경험 측면에서 미흡한 것이 있는지, 혹시 '근로시간'이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 지 한번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가 제안하는 근무혁신 10'게'명을 소개하며 오늘은 이만 안녕~할게요.

이상 혜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 해당 글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hrlabs@jobplanet.com 으로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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