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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Jun 20. 2022

직장상사의 가스라이팅, 다른 회사도 이런가요

[별별SOS] 음담패설·비난·자존감 깎는 훈계…가스라이팅 대처법은?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직장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당한 괴롭힘이 상처로 남았어요. 다른 회사도 이런가요?


안녕하세요. 지난 달 첫 직장을 입사한 뒤, 한 달도 못되어 그만 둔 사람입니다. 상시근로자가 저 포함 3명 뿐인 작은 회사였어요. 첫 사회생활이기도 했고, ‘아 이제는 백수에서 벗어나 정말 제대로 건실하게 살 수 있겠구나’ 싶어 좋아했는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어요. "유*(가슴 근육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을 기르지 말고 유* 있는 여자를 사귀어라"라는 등 음담패설은 기본이었고요. 사소한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너 군대에서 적응 못했지?"라거나, "너 그 나이 먹고 생활해오면서 이 정도 센스도 없냐"며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했습니다. 한번 훈계를 시작하면 1시간 가까이 이어졌어요. "너 **살이야! 근데 이런 것도 몰라?" "부모가 너를 응석받이로 키웠다는 거야." "그동안 너를 만났던 네 주변사람들은 이런 걸 지적해주지 않았었냐? 미안한 얘기지만, 그건 주변 사람들이 나쁜 거야. 너 평생 그렇게 살라고 방치한 거야." 등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욕하기 시작했어요.

변명이나 해명을 하면 훈계가 길어질 것 같아, 고칠 수 있는 건 즉시 고치고, 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노력하고 있다 말해도 “그런 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데, 네가 늦은 거다”라고 다시금 공격하시더군요.

한 달 정도 이런 일을 겪다보니 견딜 수가 없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죠. 돌아온 건 역시나 질책 뿐이었습니다. "그래, 넌 그렇게 패배자처럼 사는 거야. 다른 데 가면 안 이럴 것 같아?"라며 오히려 제 나약한 정신을 문제 삼았죠.

첫 회사생활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괴롭습니다. 관계를 정리하긴 했지만, 이 이후에 제가 트라우마로 다른 회사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정말로 대부분의 회사가 이 정도로 사원의 태도를 사사건건 훈계하고 검열하려 드는지도 궁금합니다.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우선 회사를 빠르게 탈출하신 것에 박수쳐 드리고 싶어요. 첫 직장에서 빠른 손절을 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처음이니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의지로 더 버텨보려 하거든요. 정보가 없으니 '회사란 원래 이런덴가?' 하게 되고요. 내부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조언해줄 믿음직한 사수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한편으론 듭니다.

별별이님의 사연을 보면 속으로 수많은 질문을 끊임없이 해보셨던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문제가 있었던 게 맞아요. '잘못된 것 같은데?', '원래 이런가?' 하는 의구심은 일반 상식과 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거든요. 훈계와 검열이란 단어부터 예사롭지 않죠.

별별이님께서 당한 건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워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은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에서 가스라이팅을 하는 이유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통제권을 잡기 위해, 타인의 잘못을 찾아서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고, 상대를 굴복시키고 싶어서, 상대의 기분이 나빠지길 바라서 등을 언급했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뱉기'처럼 별별이님께 한 말들은 그 직장상사가 미웠던 자신을 향해 한 말일지도 모르는 거죠.

<인간관계에도 설명서가 필요합니다>에 따르면 "남을 괴롭히는 사람 중엔 자존감이 낮고 사회적으로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기 주변에서 가장 가깝거나 가장 약한 사람을 공격한다"고 해요. 혹은 공감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회사에서 누군가 괴롭힐 수 있는 위치는 당연하게도 상대적 갑의 위치에 있는 상사일 확률이 크고, 이들은 신입 직원에 대한 권력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권력과 연결된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게 성범죄라고들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별별이님의 직장상사도 성(性)적 언급을 어김없이 했더라고요. 여기서 이미 답은 나온 겁니다.

장시간 훈계에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아니라는 부모 비판과 나이로 인격을 비하한 데 이어, 지인들을 도매금으로 욕했단 건 분명히 비정상적이고 또 극악한 수준입니다. "다른 데 가면 안 이럴 것 같아?"라고 직장 상사가 물어보셨다고 하셨죠? 답변은 "네, 안 그럽니다"입니다. 아마도 그 직장 상사 분은 그런 회사들만 경험했던 것 같아요. 불행히도요.

저런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각기 다른 형태로 이상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 있어요. 정상적인 회사라면 선을 넘지 않을 장치들을 마련하고, 가스라이팅이 벌어지지 않는 사내 문화 정착을 위해 애씁니다.

신입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때예요.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별별이님처럼 노력하겠다고 하면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거나, 그렇지 않아도 최소한 적응의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죠. 그 과정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나가게 되는 거고요.

그렇다 보니 신입사원에겐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사회 초년생이니 만큼 입사한 회사에 필요한, 일하는 DNA가 탑재 안 된 상태니까요. 머리로 익힌 지식과 현장에서 쓰는 지식의 형태가 다르기도 하고요. 경험치란 말도 괜히 있는 게 아니듯이요.

회사에서 지적받을 수 있는 조언의 범위는 "보통 업무와 연관된 것에 한한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일을 했을 때 어떤 점이 문제라거나, 어떻게 하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상식적인 조언입니다. 요즘은 특히 조언에 대해 더 조심스러워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된 것조차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하는 편이고, 태도에 대해서도 먼저 묻지 않으면 도움될 것 같은 말조차 하지 않기도 해요. 꼰대 소리 들을까 봐요.

친해지면 사담도 나누게 되겠지만, 그렇게 알게 된 사적인 정보를 인격모독에 쓴다거나 별별이님을 함부로 재단하고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한다면 비정상이란 것 꼭 기억하시고, 새 직장에선 좋은 선후배들과 즐거운 회사생활 하실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년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사연이 길어 부득이하게 분량을 줄였지만, 하나하나 분노할 만한 이야기였어요. 몰상식한 상사에게 장장 한 달을 시달리셨네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상식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조언을 구할 동료 한 명 한 명이 소중한데요. 별별이님의 전 직장은 소규모 회사라,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하셨을 것 같아 더 안타깝습니다.

별별이님의 경우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같아요. 직장 내 괴롭힘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①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해요.

하지만 별별이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어렵습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단 이유만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니, 부당한 일이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별별SOS에 들어온 사연을 바탕으로 한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10살 위 상사와 이성으로 자꾸 엮어…직괴!)

신고는 어렵고. 이미 퇴사까지 하셨지만(퇴사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말로요!), 앞으로 다른 직장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상식 밖의 가해자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다른 직장인들의 조언을 받아봤어요.

근본적인 방법은, 나의 업무 영역에서 완벽해지는 거라고 합니다. 상사나 동료의 탈을 쓴 가해자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내가 회사에서 일을 잘 하면, 가해자가 아무리 "넌 왜 일을 그런 식으로 하냐" "난 잘 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밖에 못 하면 황당하다" 등 막말을 해도 나 스스로를 의심할 일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죠. 별별이님 같은 사회초년생이라면 더더욱 시간이 필요한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좀 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들어봤어요. 어떤 게 있을까요? 조언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악한 인간에겐 쫄지 말고 맞서라, 단 주변 눈치는 좀 보고!'였습니다.

상대가 터무니 없는 이유로 나를 지적한다면,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고, 왜 터무니 없는지 그 자리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나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말이 길어져 봐야 꽁무니가 잡힐 거거든요. 상사에게 사과하고 고쳐보겠다고 말했는데도 "말로만? 지금까진 뭐하고?" 같은, 또 다른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처럼요.

그럼 어떻게 하란 거냐.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차분하게 따라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치 앵무새처럼요. "애처럼 말하지 말고 군대에서처럼 '다나까'를 사용하라고 말씀하신 거죠?", "저번에도 동일하게 진행했던 건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똑같이 진행하라고 말씀하신 거죠?"처럼요. 반감이나 감정적인 반응을 내보이지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감정적인 태도는 가해자에게 먹잇감이 되고, 또 한편으론 주변 동료들에게 ‘감정적이고 업무적으로 무능한 사람’이라는 무의식적인 사인을 줄 수 있거든요.

내가 되물었을 때, 가해자가 답답하다고 성질을 내도 쫄지 마세요. "네가 지금 말하고 있는 건 내가 귀를 의심하고 한 번 되물어볼 정도로 부당하지만 뭐라고 더 개소리를 해봤자 나한텐 타격감이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겁니다. 이런 태도가 쌓이고 쌓이면 나는 가해자에게 '함부로 건드리면 귀찮은 존재'가 될 거예요.

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도 중요해요. 직장 내 가스라이팅의 문제는 말하는 가해자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도 내 잘못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겁니다. 가해자는 보통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에는 힘이 실리거든요. 그러니 어떤 불편한 일이 있었다면, 평소 신뢰 관계를 다져놓았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해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행동이 실제로 잘못된 행동이었는지, 주변 인물들에게 조언을 얻고 싶다는 자세를 취해보는 겁니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퇴사했습니다>의 저자 안나는 직장 내 가스라이팅에 대해 이렇게 대처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함께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 적습니다.

“우선, 선량한 사람이 일상의 악을 맞딱뜨렸을 때는 우선 그것이 '악'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첫째,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분노하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 (그것이 그들이 좋아하는 반응이니까.) 둘째, 정상적인 사람에게 행동할 때를 기준으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 하는 공손한 걱정은 접어라. 셋째,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의 말과 행동이 부적절하고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대의 행동에 리액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용납 가능한 기준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넘는 경우에는 선언하는 것이다.”

하나 더. '왜 그때 난 더 잘 대처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한 마디도 못하고 바보같이 쩔쩔맸을까?'에 매몰되지 마셔요. 별별이님은 그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거예요. 이상한 사람에게 당했을 뿐이고요.

나 스스로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자학하고 계신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도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스라이팅은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능력과 자신감 모두 갖춘 직장인이라도 가스라이팅엔 속수무책일 수 있어요. 가해자들은 (너무나 너무나 열 받게도!) 당당하거든요. 주변 사람들과, 당하는 피해자까지도 그의 말이 옳다고 느낄 정도로요.

회사에는 이처럼 이상하고 못된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닫아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좋은 동료도 많다는 걸 기억하신다면,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좀 덜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연을 읽고 저도 부글부글 끓어서 답변이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별별이님이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기분 좋은 신뢰와 관계를 쌓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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