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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Jul 21. 2022

후배가 어려워!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요?

[별별SOS] '좋은 사수' 되고 싶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 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후배가 생겼어요. 직장을 5년 이상 다녔으니 후배와도 그만큼 나이 차이가 납니다.

근데 일을 가르쳐주는 입장이라 가끔씩 저도 모르게 꼰대 같은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후배가 가끔 핸드폰 보는 것도 신경쓰이고, 얘기 할 때 제대로 듣는 건지 잘 모르겠고, 그 친구가 실수하면 제가 다 조마조마하고요. 이게 바로 '젊꼰'인 걸까요? 선배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은데, 후배한테는 어떻게 대해야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가장 좋은 건 '반면교사'인 것 같아요. 별별이님의 사수들이나, 선배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가장 좋았던 선배가 있었다면 그 선배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또 가장 싫었던 선배가 있었다면 왜 싫었는지를 떠올려보는 거죠.

시중에 나와 있는 처세술이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책들을 봐도 결국 저자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사례집에 가깝더라고요. '내가 회사생활을 해봤더니 이런 선배들이 진상이더라. 이 따위로 살면 회사에 적을 만들게 되니까 조심해라!' 이런 식의 이야기요.

별별이님은 어떤 선배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저 개인적으로 어떤 선배가 좋았나 생각해보면, 일단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았어요. 피드백을 아끼는 선배보다는, 날카롭게 피드백을 주는 선배가 더 좋았던 것 같고요. 신입 시절에는 모든 게 낯설고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의 지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집단이 아니라 직장이니까요. 다만 공과 사,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감정은 가려야죠. 자잘한 실수를 하나 할 때마다 짜증을 내는 사수, 뭐 하나 물어볼 때마다 자기 감정을 못 숨기는 사수를 누가 믿고 따르겠어요.

잘 챙겨주는 선배도 물론 감사했는데요. 기본적으로 프로페셔널한 분이 챙겨주기까지 잘해주셨을 때 '와, 역시 일 잘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도 잘 챙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을 본받고 싶었고요.

가만 보면 '좋은 동료' '좋은 후배' '좋은 선배'가 다 다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좋은 후배가 나중에 좋은 선배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달까요. 그리고 이런 분들의 특징은,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을 반추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죠. 보내주신 사연을 보면 별별이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고민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실천한다면, 주변 사람들도 그 마음을 다 알아줄 겁니다. 별별이님의 '선배 생활'을 응원해요.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먼저 사수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몇 년 만에 후배가 생기셨다니 좋으면서도 고충이 있으실 것 같아요. 없던 후배가 생기면 기대감과 함께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일을 가르치지?' 하는 고민이 찾아오죠.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우연히 뇌과학자인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의 한 강연 영상을 보게 됐는데요. 거기서 '(재미로 보는) 꼰대 자가 진단 기준'이 나오더라고요.

1. 듣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길다.
2.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3. 이미 한 말을 세 번 이상 반복한다.
4. 위의 사실을 본인만 모른다.


어떠신가요? 자기가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꼰대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해요. 별별이님은 꼰대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계시니 꼰대는 아니실 것 같아요. 진짜 꼰대거나 무책임한 사수는 방치하거나 일은 알려주지도 않고 자기 몫만 챙기기 바쁘거든요.

저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후배들을 꽤 경험했는데요. 아끼는 마음에 잘 대해주려다 보면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게 되더라고요. 회사 생활이나 일머리는 개인의 삶과 아예 동떨어진 게 아니다 보니 조언을 하다 보면 간섭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 같은 때도 생기고요. 알아들은 건가 자꾸 신경도 쓰이죠.

그런데 후배 입장을 생각해 보니 학교 다닐 땐 선배가 고학번만 돼도 어려웠는데, 다섯 살 이상 차이 나면 중고등학교를 동시대에 다녀본 적이 없겠더라고요. 그러니 더 어렵고 거리감도 느껴지고. 게다가 학교도 아닌 직장이니 더 긴장도 되고, 적응하기 바빠서 얘기도 귀에 다 들어오지 않을 테고요. 그러면서 후배는 절대 내 맘 같지도, 내 맘을 알아주기도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타인'이니까요. 기준치를 '나'의 관점에 놓아도 안 되고요. 아직 겪지 않은 것도 많으니 알려주는 걸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대를 내려놓고 적절히 거리를 두며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했어요. 이직시장에서 대략 3년 차는 돼야 경력으로 봐주듯이, 회사에서도 그 정도의 경험이 쌓여야 실수도 줄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더군요. 

잘 듣고 있나 뭐 하나 살피다 보면 마이크로매니징에 빠져들 수 있으니 업무를 충분히 알려줬다면, 내 일 하면서 결과만 보고 팩트 중심으로 피드백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수가 반복된다면 문제가 있는 거니 원인을 파악하고, 짚어주되 감정은 섞지 말고요. 그러면 심리적으로 마음을 닫게 된다고 하니까요.

가르칠 대상이라는 생각을 지우고 함께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썼던 것도 같아요. 그렇게 보니 후배의 장점도 보이고 제게 없는 배울 점도 보이더라고요. 또 전 같았으면 인력이 부족해서 시도도 못했을 일을 후배가 있어서 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적으로도 더 성장할 계기가 됐고요.

'꼰대일까? 아닐까? 좋은 선배가 돼야지!'에 너무 매몰되지 않으셨으면 해요. 거기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업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마저 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꼰대인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 그거면 충분히 좋은 선배가 되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후배와의 소통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잘 헤쳐나가실 거예요!






⭐10+년차 직장인
#Z세대는 조카 같은 초기 M세대
#신입사원은 몸도 못 가누는 신생아와 같다는 걸 아는 ENFP 워킹맘


일을 가르쳐주다 보면 이래라저래라 하게 된다고요? 근무 시간에 딴짓하는 것도 눈에 밟히고, 내가 말해주는 거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도 걱정되고. 후배가 상사한테 혼날 것 같으면 내가 혼나는 것만 같고. 그쵸?

별별이님은 저랑 같은 상황이시군요. 제가 요즘 큰 아이에게 그렇거든요. 공부를 가르쳐 주다 보면 지금 공부를 하는 건지 잔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고, 숙제하다 핸드폰을 보는 아이를 보면 미간에 내천(川)자가 생기고, 아무리 말을 해도 반대쪽 귀로 흘러 나가는 게 보이고요. '이건 선생님한테 혼나겠다' 싶은 일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속상한지 모릅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별별이님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후배님의 직장 엄마(?)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일뿐이지요. 그런데 이런 과정은 모든 훌륭한 선배들이 겪는 과정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고민과 행동 모두 결국에는 '사랑'에서 출발한 것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엄마가 '훌륭한' 엄마는 아닐 수 있듯, 진심으로 후배를 위하는 모든 선배가 곧 '좋은' 선배인 것은 아닙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정보는 많은데,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한 정보는 부족합니다. 왜냐구요? 그런 정보는 (아마도) 돈이 안돼서 다들 관심이 없거든요. 대신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응용해보면 의외로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후배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굳이 다가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언제든지 후배가 다가올 수 있게 오픈해 두고, 항상 문이 열려 있다는 사인을 보내주세요.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에서 끝낼 게 아니라,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꼭 일 이야기 아니어도 되고 말도 안 되게 사소한 거라도 괜찮아요. 내가 이미 5년 전에 네이버에 다 물어본걸 테니까 그냥 나한테 물어봐요ㅎㅎ"라고 덧붙여 주면 어디가 얼굴인지도 모를 솜사탕 같은 후배에게서 빼꼼 눈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아, 그 후배가 솜사탕이 아니라 고슴도치라고요? 많은 분들이 고슴도치 후배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가시에 찔리고 '마상'을 입곤 합니다. 쓰다듬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네 앞을 지켜줄게" 또는 "내가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해줄게" 같은 든든함만 보여주세요. 고슴도치는 믿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 가시를 눕이니까요.

끝으로, 일을 가르쳐 줄 때에는 '가르침의 원칙'을 정해 두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먼저 이론을 스스로 학습해 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공식이나 매뉴얼을 알려주며 숙지하게 하고, 스스로 응용하여 실무에 적용해보게 한 다음, 실수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조정해 주려고 해요. 이 패턴이 익숙해지면 후배 역시 새로운 일을 배울 때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심을 담아 너무 길게 떠들었군요.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후배가 다가오게 하라! 이것만 성공해도 이미 훌륭한 선배님이 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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